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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펜스, 유엔에 "베네수 과이도 체제 인정하라"…러 "국제법 위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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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모든 옵션 검토중", 러 유엔대사 "美하수인 앉히려는 목적"

안보리서 미-러 대리전…마두로 "베네수엘라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주의"

연합뉴스

안보리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김서영 기자 =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분열된 베네수엘라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유엔을 무대로 대리전을 벌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체제를 인정하라고 유엔에 촉구하자, 당사자인 베네수엘라는 물론 우방인 러시아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이 과이도 의장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과이도 의장이 임명한 인사들을 유엔대표부에 앉힐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면서 사무엘 몬카다 유엔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가리켜 "당신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서 '물러날 시간이 됐다'고 마두로에게 전하라"고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언제든 군사적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면서 모든 회원국의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됐든, 다른 국가가 됐든,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면서 러시아를 향해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는 것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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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안보리 회의를 두고 "베네수엘라 정권을 찬탈하려는 시도에 따른 또 다른 비극적 사건"이라며 펜스 부통령과 정면 충돌했다.

네벤쟈 대사는 "미국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끌어내리고 자신의 하수인을 앉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조장해왔다"면서 "이것은 무법적이며 강압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이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지도자를 끌어내리려고 한 많은 전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네벤쟈 대사는 미국과 함께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이웃 국가들에 "베네수엘라는 이 지역과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지정학적인 협상 카드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을 향해 "베네수엘라 시민들과 다른 국가의 시민들이 자신의 앞날을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라"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멈추라"라고 촉구했다.

펜스 부통령의 '저격'을 당한 몬카다 대사도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부터 전쟁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전쟁을 멈춰야만 한다"고 안보리에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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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설에 출연해 연설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마두로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그는 이날 TV 방송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가리켜 "오만하다"(arrogant)며 반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면서 그의 발언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베네수엘라인보다 그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의 얼굴에서 베네수엘라를 향한 "혐오와 인종주의"를 봤다며 "그의 오만함과 자만, 인종 우월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은 과이도 체제를 지지하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마두로 정권을 뒷받침하는 러시아 등의 거부권(Veto) 행사로 부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펜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를 건너뛰고 곧바로 유엔총회에 결의안을 상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총회에서는 별도의 거부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이 결의안 채택에 필요한 지지표를 충분히 얻을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jun@yna.co.kr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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