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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바이러스가 인체면역과정서 병원균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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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숙주(宿主)인 박테리아를 면역세포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에 들어가 증식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둘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는 공생(共生)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려졌다. 향후 박테리아를 보호하는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예방하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병원균도 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폴 볼리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슈도모나스 아에루기노사(Pseudomonas aeruginosa)균이 'Pf'라는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의 면역반응을 다른 세균보다 더 잘 이겨낸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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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루기노사는 다발성 경화증이나 당뇨병성 궤양, 욕창, 화상 환자들이 많이 감염되는 병원균으로 푸른색이 도는 고름을 유발한다고 해서 녹농균(綠膿菌)이라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위급'한 병원균으로 지정했다. 연구진은 상처가 오래된 환자 111명 중 37명에서 아에루기노사균을 확인했다. 이 중 68%는 Pf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에 침투해 자신의 유전자를 박테리아 유전자에 끼워 넣는다. 이 과정을 통해 힘들이지 않고 증식한다. 수가 늘어난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박테리아는 결국 죽는다. 하지만 일부 바이러스는 계속 박테리아 내부에 머문다.

연구진은 이런 바이러스의 역할을 실험으로 밝혀냈다.먼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녹농균을 생쥐의 상처에 주입하자 바이러스가 없는 세균보다 50분의 1 양으로도 감염이 일어났다. 그만큼 면역세포의 공격을 잘 이겨낸다는 의미다. 녹농균은 식세포라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있는 녹농균은 식세포에 죽는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식세포는 원래 녹농균을 먹어 치우면서 같이 공격할 다른 면역세포도 부른다. 하지만 Pf에 감염되면 대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다른 면역세포를 불렀다. 볼리키 교수는 "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화재 경보를 울려 도둑이 도망가도록 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Pf 바이러스를 막는 예방 백신을 주사하면 녹농균 감염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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