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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사이언스 샷] 갈색 도마뱀을 흰색으로… 파충류 첫 유전자가위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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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 조지아대




갈색 아놀 도마뱀 두 마리가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 동시에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사진〉. 손바닥만 한 길이의 이 도마뱀은 카리브제도의 쿠바와 바하마가 원산지인데 지금은 북미와 대만까지 퍼졌다. 도마뱀은 한배에서 태어난 듯 생김새가 똑같은데 왜 한쪽은 이름과 달리 온몸이 투명한 듯 하얀 모습일까.

미국 조지아대의 더글러스 멘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색소(色素) 유전자를 제거해 '알비노(albino·백색증)' 도마뱀을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로 사람을 포함해 다양한 동물의 유전자를 교정했지만 알을 낳는 파충류 가운데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파충류는 유전자 교정이 어렵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보통 수정란에 집어넣어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정한다. 이 수정란이 자라면서 교정된 유전자가 온몸의 세포로 이어진다. 하지만 갈색 도마뱀은 정자를 난관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언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수정되면 알껍데기가 생겨나 주삿바늘로 유전자 가위를 넣기도 어렵다.

연구진은 대신 유전자 가위를 도마뱀 암컷의 난소에 있는 미성숙 난자에 넣어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도마뱀 21마리에서 미성숙 난자 146개의 유전자를 교정해 최종적으로 알비노 도마뱀 네 마리가 태어났다. 색소가 생기지 않으려면 정자와 난자의 해당 유전자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 교정된 난자가 자신에게 결합한 정자의 해당 유전자도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백색증 환자의 시력 저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백색증 환자는 망막의 중심와(窩)란 곳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시각이 손상된다. 이를 치료하려면 먼저 실험 동물에게서 중심와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를 확인해야 하지만, 대표적 실험 동물인 생쥐와 제브라피시(물고기)는 중심와가 없다. 파충류는 중심와가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파충류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할 수 있다면 중심와 돌연변이 원인과 치료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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