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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바른미래당, 그래도 버텨야 ‘미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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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60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으로 의석수 오히려 감소

이념과 정책 노선 다르고 선거제도 이해관계 갈려

이언주 의원 징계에 바른정당 출신들 강하게 반발

높아가는 당내갈등 패스트 트랙 강행 땐 폭발할 듯

바른미래 분열하면 총선 전 정계개편 가능성 커져

지금은 인내하며 리더십과 정책 대안을 채울 시기

내년 총선서 기호 3번 확보해야 생존공간 열릴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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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대통령제에 걸맞은 양당제와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대변하는 다당제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는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정당이 ‘우지끈 뚝딱’ 합쳐지기도 하고, 하룻밤 자고 나면 ‘쫙’ 쪼개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대통령 양당제’와 ‘의회 다당제’의 불화는 대한민국 정치 역동성의 근원인 것 같습니다.

양당제와 다당제의 역사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총재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모두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선거 결과는 민주정의당 125석, 통일민주당 59석, 평화민주당 70석, 신민주공화당 35석, 한겨레민주당 1석, 무소속 9석이었습니다. 4당 체제였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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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이 탄생했습니다. 4당 체제가 하루 아침에 양당 체제가 됐습니다.

1992년 14대 총선 결과는 3당 체제였습니다. 민주자유당 149석, 민주당 97석, 통일국민당 31석, 신정치개혁당 1석, 무소속 21석이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통일국민당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통일국민당은 1992년 대선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국회는 양당 체제로 회귀했습니다.

그러나 1996년 15대 총선 결과는 다시 3당 체제였습니다. 신한국당 139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 자유민주연합 50석, 통합민주당 15석, 무소속 16석이었습니다. 민주자유당에서 떨어져 나온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것입니다.

1997년 디제이피 연합으로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연합은 2000년 총선에서는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 133석, 새천년민주당 115석, 자유민주연합 17석, 민주국민당 2석, 희망의 한국신당 1석, 무소속 5석이었습니다. 다시 양당 체제로 돌아간 셈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 결과는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새천년민주당 9석, 자유민주연합 4석, 국민통합21 1석, 무소속 2석이었습니다. 양당 체제가 유지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진보정당(민주노동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10석으로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2008년 18대 총선 결과도 양당 체제였습니다.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무소속 25석이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 결과도 양당 체제가 이어졌습니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켜 다시 3당 체제가 출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습니다.

이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과 통합했고, 이에 반발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민주평화당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국회 정당별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8, 자유한국당 114, 바른미래당 29, 민주평화당 14, 정의당 6, 민중당 1, 대한애국당 1, 무소속 7(강길부 문희상 서청원 손금주 손혜원 이용호 이정현)입니다. 여전히 3당 체제입니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이 흔들리면서 다시 양당 체제로 돌아갈 조짐을 보입니다. 바른미래당 분열 조짐의 표면적인 이유는 재보선 부진입니다. 바른미래당은 4·3 재보선 경남 창원성산에 후보를 냈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한 달 넘게 거주하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3.57%의 득표율로 민중당 후보(3.79%)에게도 밀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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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열의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노선 갈등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이 합친 정당입니다. 합당 과정에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한 것도 이념과 노선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안보 보수’를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유승민 대표와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합당 이후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념과 노선이 달랐지만, 봉합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둘째,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입니다. 어쩌면 첫 번째 노선 갈등보다 두 번째 이해관계의 충돌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선거법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바른미래당의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손잡고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나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언주 의원은 “선거법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총선 전 정계개편이 벌어지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서 선거를 치르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대양당에 유리한 현행 선거법을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모두 29명입니다. 국민의당 출신 20명(권은희 김관영 김동철 김삼화 김성식 김수민 김중로 박선숙 박주선 박주현 신용현 이동섭 이상돈 이찬열 이태규 임재훈 장정숙 주승용 채이배 최도자), 바른정당 출신 8명(오신환 유승민 유의동 이혜훈 정병국 지상욱 하태경 정운천), 더불어민주당 출신 1명(이언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언주 의원이 탈당하면 바른미래당 의원은 딱 20명이 남게 됩니다. 한 사람이라도 추가로 탈당하면 교섭단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과 다시 합친다면 다시 안정적으로 교섭단체를 유지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바른미래당의 최근 내부 갈등이 총선 전 정계개편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4·3 재보선이 끝난 뒤 4월 5일 아침 국회 본청 245호실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생생한 현장이었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대개 기사로 소개됐지만, 재보선 및 당내갈등과 관련이 있는 내용만 다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손학규 당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대표로서 제 책임이 크다. 이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 다 일리가 있다. 그렇게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어야 한다’는 비판, 더더욱 동의할 수가 없다. 탄핵 이후에도 아무런 반성도, 혁신도 없이 계속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세력과 어떻게 손을 잡는단 말인가?

적대적 공생관계인 기득권 거대양당을 극복하고자 태어난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있는가? 그것은 ‘춥고, 배고프고, 마실 물도 없으니 노예의 길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그럴 거면 우리가 왜 힘든 광야로 나왔는가? 비록 여기서 죽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희망의 땅으로 가기 위해 광야로 나온 것이다.

거기다가 후보를 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손학규 방식이다. 미련해 보여도 그게 손학규다운 것이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걱정을 했다. ‘질 게 뻔한데 거기 가서 숙식까지 하고, 온몸으로 투신을 하면 당대표의 위상에 많은 상처가 온다’며 정말 저를 생각하면서 말리는 분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저는 후보를 냈으면 최선을 다하고, 당의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자세이고, 그것이 손학규 방식이라고 다시 말씀드린다.

낮은 지지율, 참 안타깝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탄핵을 당하고도 아무런 반성과 혁신이 없는 자유한국당이나,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저희들은 더한 적폐를 쌓고 있으면서 집권 2년이 될 때까지도 전 정권 탓만 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비록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가 희망을 갖고 단결하면 내년 총선에서 양당 체제에 거대한 균열을 낼 수 있다. 저는 확신한다. 우리 모두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격려하면서 함께 가자. 우리는 뭉쳐야 한다. 뭉쳐서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보다 이번 바른미래당 선거 결과에 교훈을 주는 격언은 없다고 본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이번 보궐선거를 돌이켜봤을 때 당의 내부분열이 항상 발목을 잡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살길은 다시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다.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다당제의 불씨를 이어나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할 수 있는 정당은 바른미래당뿐이다.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지금은 당의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부를 도려내서 전진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김관영 원내대표

“앞으로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하는 제3당의 앞길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는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럴 때일수록 당이 단합해서, 창당 당시에 표방했던 당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하나 되는, 단합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른미래당표 정책과 노선을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정치개혁, 민생개혁의 길에 매진하여 창당선언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준석 최고위원

“중간고사 완전히 망쳤다. 이제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열심히 했다는 자화자찬보다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위해 잘할 생각을 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목표로 활동해온 정당이다. 이 상태로 수권 불가능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평가도 나온 것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홍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가 3.57%였다.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꿔도 공부 제대로 안 한 학생이 대학가는 방법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면 우리는 그걸 입시부정으로 본다.

우리 이제 겸허하게 반성하고 노력할 때이다. 아주 간단한 진리이지만 손학규 대표님을 사랑하는 분들 중에 진보 성향의 분들이 많다고 해서 진보진영이 우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님 주변에 호남 출신 인사들이 많다고 해서 호남이 대표님을 사랑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이 착각에서 우리가 벗어나야 한다. 그 판단 착오가 우리 당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부분열, 저는 맞게 생각한다. 내부분열의 결정체로 표출된 이언주 의원 징계 건에 대해서도 의아하다. 결정적으로 이언주 의원의 인터넷 방송에서 한 발언을 수일이 지나 징계하겠다고 나서면서 선거 앞두고 진정성마저 의심받았다. 예전에 더 큰 지방선거 과정 중에서 능동적으로 당을 공천 파동에 빠뜨리고, ‘3등 할 후보를 공천하지 말라’고 발언했던 자 같은 경우에는 해당 행위로 언급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인터넷 방송에서의 절제되지 않은 일부 발언을 해당 행위로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내분을 만드는 것은, 저는 애초에 선거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면, 물론 발언 주체도 잘못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슈화 안 됐을 선택이다.

지도부는 열심히 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겠지만, 이런 수많은 판단 미스가 있었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그 진정성이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다. 안타깝다.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로 면피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면 좀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했었어야 한다.

그 시발점은 이제 새로운 지향점과 지도체제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지도부는 즉시 그리고 모든 의원님들께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주셨으면 한다. 그것이 싫다면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해야 한다. 그것도 안 되고, 그것이 절차적으로 복잡하다고 여긴다면 당장 오늘부터 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해서 현 지도체제에 대한 여론조사라도 시행했으면 한다.”

▲권은희 최고위원

“그러나 결과는 3.57%, 이 메시지가 무엇인가? 저는 국민이 우리 바른미래당에 대해서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표님이 제3의 길 망했다고 인정을 하셨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지도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하태경 최고와 이준석 최고는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심경을 남겼다. 그리고 이 책임에 대해서도 동감을 했다. 저는 선거 결과가 나오는 순간 그런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했다.

손 대표님께서 결단을 하시면 된다. 손학규다움, 손학규 방식 또한 국민이 ‘지금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메시지를 우리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대로 가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사실 이대로 가는 것은 무조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정말 많다. 저는 그 인재들을 어떻게든 다음 총선에는 잘 뛰게끔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 지도부들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국민의 ‘지금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

“이번 선거로 제3의 길은 역시 어렵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 제3의 길보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험난한 길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은 우리의 선택은 하나다. 뭉치느냐, 흩어지느냐, 생사를 같이할 것인가 아니면 각자도생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나아가 바른미래당의 간판을 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원칙은 심플하다. ‘흩어지면 죽는다’이다. 우린 이미 칼을 빼 들었다. 보수의 타락에 염증을 느껴서 함께 했고, 진보의 갑질에 치를 떨며 함께 해왔다. 우리는 그 창당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다시 뭉쳐야 한다. 당대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꿋꿋한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하던 일, 가던 일, 묵묵히 가야 한다. 선거제 개혁으로 다당제 확립에 앞장서고, 사회 취약계층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민생을 위한 바른길을 걷는 일관성이 있는 바른미래당이 되어야 한다.

다음 총선까지 앞으로 1년이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아 이념과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 청년 정치의 뿌리를 우리 사회에 내려야 한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한다. 우리 함께 뭉치기를 선배 동료 의원님들과 당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찬열 의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몇몇 의원들의 내부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기에 우리는 콩가루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 3.57%, 제가 봤을 때는 1%도 안 줘야 맞는 바른미래당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30명도 되지도 않는데 맨날 중도니 보수니,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것 가지고 싸움박질하고 있는데, 저는 창원 시민들께 정말 고맙다. 3.57%까지 표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놓고 라. 0.8% 이상 안 나온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뭉쳐서 새집을 짓고, 끝없는 단결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하여 당대표께서 단식을 하면서까지 했다. 조금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이걸 패스트 트랙에 걸자고 하는데 못 건다고 하는 사람들, 또 제3당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람들, 왜 여기 있는가? 우리가 왜 같이해야 하는가? 저 공개발언 안 하는 사람이다. 이거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정신을 안 차리시는 것 같다. 3.57% 너무 많이 받은 것이다. 정말 잘해야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21대 총선 얘기하면 속으로 웃음 나온다. 이렇게 정치하는 정당, 이렇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무슨 21대 다음 총선을 생각하는가? 지금 당장 헤쳐 나가기도 바쁜데 말이다.”



공개된 최고위원, 국회의원 발언 중에서는 김수민 의원의 발언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있었나?

=오늘 그런 얘기는 더 없었고 아까 얘기 나온 그런 데서 당 단합을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오늘은 시간이 부족하니까 다음 주 초에 한 번 자리를 만들어서 의견을 다시 듣기로 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여하튼 전체적으로 뭐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 같이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패스트 트랙은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이니 잘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처분을 했습니다. 윤리위원회의 별첨 자료에는 이언주 의원이 그동안 했던 ‘해당 행위’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언주 국회의원 당헌 당규 및 윤리 규범 주요 위반 내용

(1) 2019.3.20. 유튜브로 송출된 고성국 TV에 패널로 출연하여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① “우리가 거기서 몇 프로 받으려고 어떻게 보면 훼방 놓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사람들이 심판 선거로 막 가는데 내 가지고 지지율이 낮게 나올 거란 말이죠”, “선거 출마하는 거 강행하고 아무 전략도 없이 그다음에 지금 선거법 이런 것 가지고 엉뚱하게 민주당 편에 붙어서 전선을 흐트러뜨리는 것에 대해서”라는 발언을 하고,

② 또한 우리당 소속 후보자를 지원하여 선거운동 중인 손학규 당대표에 대해 “찌질하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 나요”, “완전히 벽창호” 등의 발언을 하고,

(2) 2019.1.2. 중앙일보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인터뷰에서 “중도 보수는 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바른미래당은 때로 더불어민주당 이중대 역할을 하면서 경쟁자와는 주적처럼 싸웠다”라는 발언을 하고,

(3) 2018.10.22. 일요서울 TV 주간 ‘박종진과의 대담’에 출연하여 “바른미래당 안에서 한지붕 두 가족이잖아요. 다 아시다시피 결국에는 가치가 다르면 정당을 함께 할 수 없어요. 그건 맞는 얘기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총선 전에는 결국에는 각자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바른미래당에 아무도 기대를 안 하기 때문이에요”라는 발언을 하고,

(4) 2018.10.7. 본인의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판문점 평양선언 관련 통일부 장관 참석 하에 진행한 설명 및 토론에 대하여 “따로 듣고 참고해서 지도부가 의총에 이런저런 분석과 보고를 하며 안건을 상정하던가 아니면 다른 전문가를 모셔서 듣던가 할 일이지 장관을 부르다니 여당이 된 줄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눈치 보다가 이제는 아예 대놓고 이중대 되기로 한 모양”, “과거 민한당을 보는 듯합니다”라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송태호 윤리위원장은 “이언주 의원이 ‘정치적으로 일반적으로 한 발언인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명서를 문서로 제출해 왔다”며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한 적도 없고, 당과 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선거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당 후보의 표를 깎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해당 행위로 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사랑시민연대’라는 단체의 ‘패스트 트랙 3법 반대’ 기사를 소개하며 이런 글을 썼습니다.



“이것이 바른미래당의 현실입니다. 국민이 보내는 실망과 준엄한 경고를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내년 총선에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들이 물어봐도 굳이 부인하지 않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영도나 수도권에 출마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할까요? 자유한국당은 이언주 의원을 받아들일까요?

그보다 바른미래당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뇌관은 유승민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쥐고 있습니다. 당장 이언주 의원 징계에 대해 하태경 최고위원과 이준석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5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언주 의원 중징계 지나칩니다.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보선 참패 징계 1순위는 당 지도부입니다. 창피할 정도의 최악의 선거 참패를 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먼저 심판의 대상입니다. 그것이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최선의 방안입니다.

그런데 경고 정도로 끝낼 일을 사실상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 내렸습니다. 총선이 1년 남았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출당조치입니다. 오늘 아침 현재의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면 차라리 당을 나가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행된 것입니다. 대표가 자신의 몸을 던져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당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바른정당 출신들의 중심인 유승민 의원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언주 의원 징계에 이어 또 다른 시한폭탄이 바른미래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 안건 지정(패스트 트랙)입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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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어떻게 해서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패스트 트랙을 관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정개특위 위원인 김성식 의원과 김동철 의원이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패스트 트랙에 찬성하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들의 강한 반발이 폭발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바른정당 출신들이 당장 탈당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바른미래당의 분열, 바른정당 출신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재합당 등 여러 가상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요?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해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바른미래연구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의 정치와 총선승리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엽니다. 최태욱 교수가 사회를 보고 이수봉 ‘제3의 힘’ 대표가 발표를 합니다. 김근식 교수, 박상병 교수, 이준석 최고위원, 박태순 부원장이 토론합니다. 이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밝혀줄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바른미래당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38석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2017년 5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과 통합해서 세를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국민의당이 섣불리 바른정당과 손을 잡지 않고 버텼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입지가 넓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어려움에 부닥친 정당이나 세력이 다른 정당이나 세력과 통합하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사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끝까지 다 통과해야 마침내 밝은 외부 세계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 바른미래당은 인고의 시간입니다. 어떻게든 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총선에서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제3세력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대양당 기득권 체제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층이 실제로 두텁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른미래당이 표방하고 있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는 확실히 정치적 존립이 가능한 가치이자 의미있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내용을 채워가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을 버틴 곰이 우리의 조상입니다. 바른미래당도 버텨야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국회 교섭단체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1987년 이후 13대, 14대, 15대, 20대 총선에서 다당 체제가 출현했습니다. 16대, 17대, 18대, 19대는 양당 체제였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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