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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육체노동 가동연한 만 65세 상향 의미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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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화제의 판결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민인식조사에서 ‘몸이 건강하다면 지금 하는 일을 몇세까지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평균 72.9세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월21알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던 종전 견해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만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번 선고는 워터파크 수영장에서 익사할 당시 4세였던 피해자의 가족이 워터파크 운영자인 피고들에 대해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몇세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일실수입은 불법행위로 숨지거나 신체에 상해를 입어 노동능력을 상실한 피해자가 마땅히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을 의미합니다. 피해자 측은 불법행위로 부담하게 된 치료비와 개호(간호)비, 장례비 등 외에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피해자가 사고 당시 일정한 급여 소득이 없었던 취업 전 미성년자라면 성인이 돼 적어도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이의 일용노임 정도의 수입은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해 이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계산하게 됩니다.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은 노동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최후의 연령을 가리킵니다.

법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여명, 경제 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 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으로, 피해자가 종사하는 직종에 따라 가동연한은 달리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험칙이란 누적된 구체적 경험에서 도출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고 사실을 판단하는 법칙입니다.

대법원이 1989년에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55세라고 본 기존의 견해를 만 60세로 변경한 뒤 30년 만에 만 65세로 상향한 것도 1989년 당시 경험칙의 근거가 되었던 우리 사회의 제반 사정들이 그 후 현저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민 평균 연령의 증가, 경제 규모의 확장, 법정 정년 연장 및 실질 은퇴 연령의 상향, 개정 고용보험법 및 국민연금법의 내용 등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의 향상·발전, 법제도의 정비·개선을 구체적인 판단 이유로 들었습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인사 사고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 금액이 증가함은 물론이고, 자동차보험과 각종 배상책임 보험 등에서 보험금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 예상됩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취업 가능 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였습니다.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판결로 근로자의 법정 정년이 바로 65세로 연장되거나 현재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는 각 기업이 즉시 정년을 상향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 관한 사회적 논의나 기업 내 근로자 측의 이 같은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또한 현재는 65세 이상에 적용되고 있는 각종 노인복지 서비스의 기준 연령 상향을 비롯하여 국민연금보험법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각종 사회보장 법령상 생계 보장 기준 연령 상향에 관한 주장도 제기될 것이어서 위 판결은 고령화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고령 인구의 일자리나 복지 혜택에 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일보

김보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bora.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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