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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도로 없는 땅 '맹지'…개발 둘러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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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땅 중에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땅을 '맹지'라고 합니다. 건축이나 개발이 어려워서 값어치가 낮은 것이 보통인데요. 이런 맹지 소유주들이 땅을 개발하려 들면서 인근 주민과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양구군의 한 산골짜기.

좁은 비포장 길이 나 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전화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 속인데요.

산길에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을뿐 아니라 평평하게 터도 닦여 있습니다.

좀 더 올라가보니 집도 보입니다.

길 끝까지 올라와봤습니다.

주변에는 온통 나무들이 베어져 있고, 이쪽에는 초록색 컨테이너 건물이 한 채 있는데요.

건물 앞에는 식탁부터 선풍기, 또 고추장까지 사람이 사용하던 집기들이 온통 흩어져 있어서 한 때는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보면 이곳은 주방으로 보이는 곳인데요.

문에는 위반 건축물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이 골짜기는 도로가 없는 땅, '맹지'입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습니다.

건축물을 세울 수 없는 땅이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 열 가구가 넘습니다.

3~4년 전부터 땅 주인들이 지은 것입니다.

[집주인 : 내가 불법 건물을 지었어요. 법대로 해 나 처벌받을게.]

모두 불법이지만, 오히려 군청이 도로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주인 : 농사라도 지어먹고 살겠다고 '여기 농로 길을 좀 내다오'…무조건 안 된다 이거야. 갈 데는 없고 겨울에 춥기는 하고.]

군청은 땅주인들이 직접 도로를 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양구군청 관계자 : 산꼭대기에다 집 짓는데 도로 내달라는 요구나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맹지에 세워진 집들로 가려면 사유지를 거쳐야 하는 상황.

그런데 최근 사유지 주인은 쇠막대로 길을 막았습니다.

[김관섭/사유지 주인 : 마당을 다니는 차가 밤에만 다니니 잠을 잘 수가 있나 먼지 나서 뭘 널 수가 있나. '개인 땅이니까 밟고 다니지 마라' 이런 식으로. 근데 그냥 우기고 다니는데.]

그러자 맹지에 있는 사람들이 교통 방해로 사유지 주인을 고소하는 등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 부암동의 한 빌라입니다.

가파른 산비탈에 나무들이 베어져 있습니다.

여기는 낭떠러지인데요.

이런 작은 나뭇가지들이 낭떠러지 높이만큼 쌓여있습니다.

여기도 도로가 없는 맹지입니다.

3년 전 이 땅을 산 사람이 나무를 베어냈습니다.

그리고 인근 빌라에는 도로를 만들겠다는 공고문도 붙였습니다.

주차장을 뚫어 기존 도로와 잇겠다는 것입니다.

빌라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빌라 주민 : '여기 뒤에다가 빌라를 짓고 싶다, 그런데 맹지여서 길이 없으니까 이걸 뚫어가지고 만들어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도로를 내지 못하자 맹지 주인은 농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상황.

빌라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과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중입니다.

[박수자/주민 : 말도 못해요. 바람이 불면 흙이 전부 다 집 안으로 들어오고요. 비가 오면 물이 쓸려 내려가는 거야.]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습니다.

[김수일/주민 : 저희가 달려와서 톱을 뺏으면서 진짜 그때는 격한 싸움이 있었어요. 주말농장을 한다지만 여기가 농사가 되겠어요?]

특히 맹지 일부는 서울시가 지정한 '절대보전지역'입니다.

인공적인 개발을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기존 나무를 베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 근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종로구청 관계자 : 나무를 자르면 나중에 비오톱(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될 요건이 되지 않냐…근데 제재하는 조항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맹지를 개발하려는 사람들과 주민간의 갈등은 이미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습니다.

관리 당국의 적극적인 감시가 없다면 이 갈등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윤재영,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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