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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87세에도 뇌세포 생성… 알츠하이머 발병하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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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87세에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뇌세포 생성 능력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로 생겨난 뇌세포의 숫자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뇌세포 생성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을 새롭게 치료할 수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유대의 마리아 요렌스-마틴 교수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사망한 사람들의 뇌조직을 조사했더니 중년이 넘어도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인 해마에서 신경세포 발생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선비즈

68세에 사망한 남성의 뇌 해마 조직. 붉은색은 새로 생겨난 뇌세포이며, 파란색은 이미 성숙한 뇌세포이다.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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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뇌질환을 겪지 않고 사망한 43~87세 13명의 뇌조직을 분석했다. 뇌세포는 성숙하면서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에 결합하면서 형광을 내는 4가지 항체로 뇌조직을 검사했다. 그 결과 모두 해마에서 성숙 과정에 있는 신경세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어도 뇌에서 계속 신경세포가 생겨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40대는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가 1㎣당 4만개 정도였고 70대는 3만개였다. 나이가 들면서 해마다 새로 생기는 신경세포가 300개 정도 줄어들지만 신경세포 발생이 지속된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와 달리 52~97세에 사망한 알츠하이머병 환자 45명을 조사했더니 발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뇌에서 새로 생긴 신경세포가 건강한 사람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요렌스-마틴 교수는 "향후 새로 생긴 뇌세포의 수를 확인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도 가능하다.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신약들을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요렌스-마틴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운동이나 약물로 뇌세포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같은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세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에서는 신경세포가 새로 생기는 순간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는 "항체로 확인한 신생 세포는 사실 어릴 때부터 있었지만 성숙 과정이 더디게 진행된 것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연구진은 작년 네이처에 13세를 넘으면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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