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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업용 차량 잠깐 주차도 NO!"… 불법 주정차 신고되면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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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강화에 영업용 차주, 자영업자 불만·혼선 이어질 듯

세계일보

정부가 교통 방해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영업용차랑 운전자와 자영업자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불법 주정차를 ‘고질적 안전무시관행’으로 규정하며, 이르면 오는 4월 17일부터 ‘주민신고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신고제는 ‘안전신문고 앱’으로 위반차량 사진 2장을 1분 간격으로 촬영해 제출하면 관할 지차체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누구나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신고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포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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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일부 변경…빠른 신고, 단속 없이 과태료 부과는 변함없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말 전국 지자체에 ‘4대 불법 주정차 신고 및 단속에 관한 행정예고’를 전국 지자체에 요청한 후 지난 21일 내용 일부를 수정해 다시 내려보냈다. 당초 ‘어린이보호구역’과 전국 소방시설·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주정차를 주민신고제 대상으로 했다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빼고 ‘횡단보도 인근’을 추가했다.

◆영업용 차주, 자영업자 불만·혼선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22일 만난 영업용차량(이하 영업차) 운전자와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내비치거나 혼란스러워했다. 이들은 “주차 공간 확보가 어렵고 동선이 길어져 업무와 영업에 지장이 많을 것”이란 이유를 댔다. 특히 앱을 통해 누구나 1분 단위로 신고가 가능하고 관할 지자체가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영업차량 운전자 A씨는 “지금까지 상점 앞이나 인근에 잠시 주차하고 납품 후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며 “앞으론 단속을 피해 주차 공간을 찾아 해매야 하는 것은 물론, 무거운 짐을 들고 (상점 앞 주차보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일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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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단속 카메라 아래서 물건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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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B씨는 “주택 밀집지역은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배송을 위해 잠깐 정차했는데 신고를 당하면 하루 일당 절반을 날리게 된다. 당연히 배송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소규모 만트 운영자 C씨는 “요즘은 동네 슈퍼도 일정금액 이상 주문을 받으면 배달을 해줘야 해 도로 앞에 차를 대고 물건을 배달했다”며 “하루에도 여러 번 배달하는데 그때마다 수십미터 떨어진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차를 타고 온 손님들의 주차 차량이 보행로를 침범할 수밖에 없는 식당의 주인 D씨는 “장사하지 말란 것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손님보다 차로 오는 손님이 많은데 점심시간 도로에 주차를 못하게 하면 손님이 줄 게 뻔하다”며 “지금도 주차 단속이 심하고, 얼마 전에는 손님 차가 견인당하기도 했다.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하면 가게 운영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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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용차도 잠깐 주차 안 됩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신고제는 시민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영업용 차량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도 “생계에 영향을 줄 수 있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주차가 부득이한 경우, 기타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면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구청 과태료 부과팀으로 내용이 전송된다. 부과팀은 위반사항과 과태료 납부 ‘사전통지서’를 위반차량 차주에게 등기 우편으로 보낸다. 이때 서면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접수된 이의 신청은 구청 의견 진술팀의 1차 심의를 거쳐 지역 주민들의 최종심의 후 과태료 부과 또는 면제가 결정된다. 신고됐다고 무조건 과태료를 납부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주민 최종심의에서 ‘제외사유 없음’ 또는 ‘불충분’ 등의 의견이 나오면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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