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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남획 규제’ 뛰어넘은 참다랑어 양식…은빛 꿈 꾸는 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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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횟감’ 참다랑어 어획 할당량에 막히자

양식으로 돌파구…남해·제주도에 양식장 3곳

10년 실패 딛고, 판매 시작…아직 갈 길 멀어

해수부, 자연재해 예방시설과 보험 도입 검토

일본 이어 세계 두번째 완전양식 성공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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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잠들어 파도가 잔잔한 날이었다. 가두리양식장 안으로 어부가 고등어와 정어리를 던져넣자, 은빛 뱃살을 드러낸 참다랑어(속명 참치) 떼가 순식간에 물 위로 튀어 올라 먹이를 낚아채길 반복했다. 참다랑어 수백 마리가 원형 가두리에서 빠르게 헤엄치며 뛰어오르자 잔잔했던 수면 위로 물보라가 일었다. 지난 16일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직선거리로 22㎞ 떨어진 욕지도 서산리 서쪽 앞바다에 펼쳐진 양식장에선 은빛 경주가 한창이었다.

■ 국산 양식 참다랑어 식탁에 오르다 양식장 한쪽에선 성인 남성 5명이 40㎏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일식점에서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다 생물 가운데 가장 빠르게 헤엄친다는 물고기를 쉽게 낚아 올리지 못했다. 지름 25m에 수심 15m 아래까지 뻗어 있는 가두리 그물망에서 참다랑어는 나는 듯이 헤엄쳐 다녔다. 한참의 씨름 끝에 물 밖으로 꺼내진 참다랑어는 꼬리가 묶여 거꾸로 매달렸다. “참치의 품질은 무게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말끔하게 손질하는가에 달려있어요.” 양식장 현장 소장이 말했다. 손질된 참다랑어는 아이스박스에 포장돼 곧바로 배송됐다.

이 양식장에는 10~50㎏짜리 참다랑어 6천여 마리가 자라고 있다. 하루 먹이량만 2t이다. 참다랑어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엔 지금의 3~4배를 먹는다. 양식장 대표인 문종열(67)씨는 “올해 1월 말부터 처음으로 품평용으로 40~50㎏짜리 50여 마리를 출하했다”며 뿌듯해했다. 이번에 출하한 참다랑어는 2016년 7월 일본에서 3∼4㎏짜리 치어를 들여와 30여개월 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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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하기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2010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치어 3300마리를 수입했지만,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폐사했다. 수온이 14℃ 이상인 곳에서 서식하는 온대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겨울철 10℃ 이하로 떨어지는 한국 바다의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은 것이다. 당시 수입한 치어의 크기는 2㎏ 안팎이었다. 문씨는 5년 뒤인 2016년 봄엔 4㎏짜리 1200마리를 들여와 길렀다. 1마리당 20만원에 관세까지 10% 붙었다. 그는 “그해 겨울에 치어가 10㎏가량으로 성장했는데, 그것이 관건이었다. 폐사율이 15%로 떨어졌다. 몸에 열이 있는 참다랑어는 클수록 추위를 잘 견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욕지도 2곳과 제주도 1곳 등 모두 3곳에서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물고기인 참다랑어 양식은 잠재적 시장 가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그동안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치어가 비싼 데다, 10㎏ 크기의 참다랑어가 50㎏ 이상으로 자라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대규모 외해 양식장을 조성하는 데 초기 투자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다랑어는 빛과 소리 등에 민감해 쉽게 죽는다.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취약하지만, 보험 상품도 없어 투자 위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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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획으로 자원 고갈…양식으로 눈 돌려 참다랑어는 세계 다랑어류 어획량 579만t(2016년 기준) 가운데 0.8%(4.8만t)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수산물로, ‘최고급 횟감’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자연산 참다랑어는 1t당 평균 가격이 1700만원을 웃돈다. ‘바다의 로또’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다랑어는 모두 8종인데, 몸값이 가장 비싼 태평양·대서양·남방 3종의 참다랑어와 눈다랑어, 날개다랑어, 황다랑어, 검정지느러미다랑어, 백다랑어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횟감으로 사용되는 것은 참다랑어와 눈다랑어뿐이다. 다랑어는 아니지만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와 참치 통조림을 만드는 종으로 유명한 가다랑어도 다랑어류 어획량에 포함된다. 다랑어 어획량의 절반가량이 바로 이 가다랑어다.

고가에 거래되는 참다랑어는 과도한 어획으로 자원이 고갈돼 세계적으로 어획량을 제한받고 있다. 최고급 어종인 태평양·대서양·남방 등 3종의 참다랑어 어획량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6만1147t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할당된 어획량은 2095.5t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최근 강원도에선 잡은 참다랑어를 다시 놓아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강릉(260㎏)과 동해(120㎏) 등 동해안 남쪽은 3월 현재 이미 시·군에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기 때문이다. 황민남 동해정치망협회장은 “최근 그물에 참다랑어가 잡히고 있지만 할당량이 워낙 적어 잡더라도 대부분 바다에 다시 던져버리고 있다.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는 방류해도 폐사할 우려가 큰 만큼 배정 물량을 늘려주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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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전세계 참다랑어 어획량은 2005년 7만9628t에서 2015년 4만1346t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양식 참다랑어는 9518t에서 3만7682t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2015년 세계 참다랑어 생산량 7만8172t 중 47.1%에 해당하는 것이다. 참다랑어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세계 참다랑어 생산 국가들이 양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70년대부터 참다랑어 양식에 나선 일본은 2015년 기준 세계 양식 참다랑어의 40%가량인 1만4700t을 생산했다. 호주와 멕시코 몰타, 스페인 등도 참다랑어를 양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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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식량 자원 전쟁’…참다랑어 양식으로 돌파구 우리나라에서도 참다랑어 소비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관세청 수입통계자료를 보면, 참다랑어 수입량은 2009년 1463t에서 지난해 5989t으로 9년 만에 4배로 뛰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참다랑어의 80%를 소비하는 일본은 자연산 참다랑어에서 얻은 수정란을 성어(5년 이상, 60~70㎏)로 키워 다시 수정란을 얻는 ‘완전양식’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우리나라도 201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식 참다랑어 어미가 산란한 수정란을 이용해 종자 생산에 성공했으나, 상품 가치가 있는 크기까지 키우지 못했다.

정부는 내수시장 확보와 미래 식량 자원 육성을 위해 참다랑어 양식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도 참다랑어 양식장은 거센 파도와 조류에 견딜 수 있도록 정부가 자체 개발한 수중 가두리 방식을 적용했다. 수중 가두리 방식은 수면과 바닥의 중간쯤에 가두리 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정부는 수온이 비교적 높은 제주도를 종자 생산과 월동기지로 활용하고, 남해안은 양성을 주로 하는 분업 형태로 대량생산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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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에는 참치 양식에 실물투자펀드를 접목하는 방안을 찾아내 국내 처음으로 금융기관 등과 ‘참치1호펀드’를 출범했다. 참치1호펀드는 비엔케이(BNK)금융지주 아래 6개 계열사가 40억원을, 남평참다랑어영어조합법인이 10억원을 각각 출자해, 앞으로 3년 동안 50억원을 참다랑어 양식에 투자하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은 잦은 자연재해 속에서도 참다랑어 양식산업을 성공시켰다. 일본의 참다랑어 양식 정책과 재해 예방시설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 참다랑어 양식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이정하, 박수혁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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