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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표 대결' '비적정'…난기류 만난 대한·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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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 회장 연임 주총 표대결 상황 / ‘키’는 국민연금에… 반대 땐 연임 불투명 / 한진칼 주총선 KCGI와 한판승부 예고 / 아시아나 감사의견 ‘한정’… 유동성 위기 / 신용등급 하락 땐 ABS 1조원 상환해야

세계일보

국내 항공사 1·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난기류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해 오너일가 ‘갑질’ 논란을 겪은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표 대결’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내식 공급 대란을 겪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외부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서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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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27일 대한항공, 29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잇달아 ‘표 대결’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 주총의 핵심 안건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라 연임을 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1대주주인 한진칼(29.96%)을 포함해 조 회장에 우호적인 지분은 33.34%다. 전체 주주가 다 총회에 참석한다면 조 회장 측으로서는 30% 이상의 지분을 더 끌어들여야 한다. 사측은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찬성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거나 표 확보를 위해 일반 주주들까지 찾아가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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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시민단체들은 조 회장 연임 저지에 나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유의미한 반대가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 중 캐나나연기금투자위원회(CPPIB)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등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나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등도 조 회장이 받고 있는 여러 혐의를 이유로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조 회장 연임 여부는 지분 11.7%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키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할 경우 사실상 조 회장 연임은 어려워진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26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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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주주총회(29일)에서도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와 조 회장 측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 상태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주주제안은 법원이 기각했지만, 감사위원회 설치 관련 정관 변경 안건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한진칼 측이 제안한 안건을 둘러싼 표 대결은 가능하다. 여기서도 지분 6.7%를 소유한 국민연금의 향배가 관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현재 ‘BBB-’에서 ‘BB+’로 한 등급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아시아나항공은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칠 수도 있다. ABS란 투자은행이 기업의 특정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증권을 총칭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ABS 발행 잔액은 1조2474억원이다. 현재의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BB+가 되면 ABS 즉시상환 조건이 발동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등급 강등 위험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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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도 만만치 않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5%로 다른 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IFRS16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부채가 약 2조9000억원이 늘어나 비율은 828%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1조원이 넘는 ABS와 1000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동시에 조기 상환해야 하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한국거래소로부터 2017년 10월에 발행한 600억원어치의 채권을 상장폐지 당했다.

이도형·김범수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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