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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단기금리 역전 ‘미국발 R의 공포’…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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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92%↓…5개월 만에 최대 낙폭

‘경기침체 전조’…12년만에 현실화

1980년 이후 6번째…5번 실제 ‘침체’

미국·유럽 증시 하락 이어

일본 3%·중국 1.97%·홍콩 2% 급락

유로존·미·중 등 불확실성 점증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날로 확산

IMF도 세계 성장률 전망 계속 내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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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침체 공포가 경제분석가들의 애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엄습했다. 흔히 ‘경기침체의 전조’로 일컬어지는 미국 국채 장·단기(10년물 대 3개월물) 금리 역전이 12년 만에 현실화하면서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 증시부터 시작해 주말을 보낸 아시아 증시까지 급락했다.

25일 코스피는 1.92%(42.09) 하락한 2144.8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23일(하루 55.61포인트 하락)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25%(16.76)나 떨어진 727.21로 장을 마감했다. 세계금융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출렁이자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시장에서 급부상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134.2원에 마감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3.01%나 폭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97%와 2.03%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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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경제기관들은 세계경제가 이미 2017년(성장률 3.7%)에 경기순환 사이클상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은 2018년 4월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기 고점을 2018~19년으로 추정했으나,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경제 전망에서는 2019년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정점을 2017년으로 앞당겼다. 지구촌 경제가 하강 국면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세계경제 동향에서 팩트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4%(2018년 4월)→3.65%(2018년 10월)→3.5%(지난 1월)로 잇따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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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더 이상의 정책금리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자 즉각 전세계 금융·자본시장은 세계 및 미국 실물경제 둔화 속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날로 확산시키고 있는 지역은 유로존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다. 지난 7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낮췄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2월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0.7%나 줄었다. 이 두 지역의 경제지표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더해 지난 주말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결국 ‘역전’까지 이른 현상이 전세계에 타전되면서 미국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바짝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미국 연준은 최근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3%에서 2.1%로 내렸다.

각국 경제를 경험적으로 보면, 통상적으로 경기가 수축기에 접어들면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지는 경향이 실증적으로 발견된다. 향후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에 대한 예상이 국채시장에 반영되면서 금리 하향·역전이 나타난 것으로, 이번 금리 역전은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중장기 경기침체·하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권금리는 장기채일수록 원금을 못 받게 될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채권금리(이자수익)가 단기채에 견줘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1980년 이후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은 모두 여섯차례 있었고, 실제로 다섯번이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금리 역전은 경기 고점보다 평균 16개월 앞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일부 경제지표에서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영국 브렉시트, 중국 리스크 등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현재와 향후 국내 경제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국내 경기 진작에 집중한 유연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 도입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다른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지만 당장 경기침체를 우려할 국면은 아니다”라며 “미 연준이 서둘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한 것도 경기침체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완 조계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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