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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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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현란한 세상·페인티드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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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유관순·루비프루트 정글·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전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현란한 세상 = 쿠바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국내 초역 소설.

주인공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현실 재현을 거부하고 여러 측면에서 현실을 파헤치며 언어적 층위보다는 과장, 풍자, 그로테스크, 아이러니 등의 바로크 미학을 통해 영원한 인간 비극을 동정적인 역설로 완화한다.

세르반도 신부에 대한 최소한 자료로 모험 소설을 쓰면서 실질적인 삶의 에피소드들을 환상으로 바꾸고 그것들을 새로운 현실의 묘사에서 다른 사건으로 전환한다.

이번 소설은 또 하나의 사건을 놓고 장(章)을 중복으로 사용하면서 여러 개의 시점으로 그린다.

인생을 하나의 교리나 규정 또는 하나의 역사가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다뤄야 할 신비로 생각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변선희 옮김. 을유문화사. 396쪽. 1만6천원.

연합뉴스

현란한 세상[을유문화사 제공]



▲ 페인티드 드럼 =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루이스 어드리크의 장편소설.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지브웨족을 어머니로 둔 어드리크는 오지브웨족이 뿌리내리고 사는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데 천착한다.

총 4부로 이뤄진 이번 소설은 각 부에 다른 화자가 등장해 각자의 삶을 말하고, 북을 중심으로 펼쳐진 그 삶들이 퍼즐 조각처럼 합쳐져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는 순간 북에 대한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되는 구성을 취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물로, 스스로 소리 내는 북과 마주하게 된 페이 트래버스.

트래버스는 북이 선택한 사람만이 북을 전수하고 계승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북을 만든 이의 손자인 샤와노 노인을 찾아간다.

채색된 북, 페인티드 드럼은 사람들의 슬픔을 치유해주는 오지브웨족의 중요한 유산이다.

작가는 북을 울리는 연료가 되는 사람들의 슬픔에 집중해 다양한 층위의 슬픔을 소개하며 이에 벗어날 방법을 강구한다.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368쪽. 1만4천원.

연합뉴스

페인티드 드럼[문학동네 제공]



▲ 소녀 유관순 = 중견 작가 안혜숙의 역사소설.

작가는 유관순 열사의 진정한 모습을 전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자료를 수집해 이번 소설을 집필했다.

작가는 '소녀 유관순'이 3·1운동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닿을 수 없는 성역에 존재하는 우상 같은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소녀로서의 유관순 열사를 그리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이번 소설은 유관순의 성장 과정을 살피는 동시에 당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화학당을 다니는 관순, 더 거세게 몰아치던 일제의 침탈과 식민 지배의 파도, 그에 저항하는 국내외 독립투사들의 투쟁 모습을 관순, 일제 침탈자, 독립투사가 각각 그리며 달려가던 세 개의 평행선은 1919년 3·1 운동이라는 정점에서 만나게 된다.

문학의식. 360쪽. 1만2천원.

연합뉴스

소녀 유관순[문학의식 제공]



▲ 루비프루트 정글 = 미국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작가인 리타 메이 브라운의 자전 소설.

1940년대 태어나 1970년대 페미니즘과 퀴어 운동의 선두에서 유색인이자 레즈비언으로 살아온 작가 개인의 역사가 담겼다.

196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마을 펜실베이니아에서 성장한 '몰리 볼트'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몰리는 저자 브라운의 분신이자 시공간을 넘어 금기에 도전하는 모든 여성의 자화상이다.

1973년 출간돼 2015년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했고, 브라운은 수십 년간 퀴어 문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권위 있는 LGBT 문학상인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

알·알 옮김. 큐큐. 35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루비프루트 정글[큐큐 제공]



▲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전집 =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의 시 전집.

1863년 태어난 시인은 파격적인 형식과 언어, 동성에 대한 탐미적인 사랑을 시에 담아 현대 시의 새로운 시대를 연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문학동네에서 세계 시인 전집을 발간하는 시인이자 번역가 김정환은 시대를 앞서간 그리스 시인의 시를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시적인 문장으로 번역해냈다.

그의 시는 이방인의 정서가 동성애자 정체성과 맞물려 독특하고 은밀한 탐미의 아우라를 풍겨 낸다.

'이상적인 목소리들, 대단히 사랑하는 / 그것들, 죽었거나 우리에게 / 행방불명이기에 죽은 것과도 같은 이들의. / 그것들 때때로 우리들 꿈속에서 말한다; / 때로는 생각으로 듣는다 그것들을 마음이. / 그리고 그 소리로 잠시 돌아온다 / 소리, 우리들 생의 첫 시(詩)의 그것들이 - / 음악, 밤에, 멀리, 잦아드는 그것처럼. ('목소리들' 전문)

김정환 옮김. 문학동네. 464쪽. 1만8천원.

연합뉴스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전집[문학동네 제공]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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