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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하노이 美·北 친교만찬에서 볼턴 빠진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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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친교 만찬에서 배제된 이유는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우려한 미 당국자의 ‘작품’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각) 두 명의 미 정부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정상회담 당시 논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 당국자가 볼턴을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첫날인 27일 친교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은 두 정상과 참모들이 각각 2명씩 배석하는 ‘3+3’ 형식으로 진행됐다.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친교 만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단독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다"면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어깨 높이로 가볍게 들어올리고선 활짝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과 나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special)"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내일 아주 진지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여러 회담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엔 볼턴 보좌관이 배석하지 않았다.

WP는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매파 성향 참모들이 북한과의 긴장 완화와 역사적인 (비핵화) 합의란 외교적 업적 달성을 방해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라고 보도했다. 협상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해 친교 만찬 자리에서 그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작년 6월 첫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 때부터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회의적이긴 하지만 자신이 최종적 결정권자(the ultimate decider)이며 여전히 역사적 합의에 도달하길 갈망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협상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에 반해 볼턴 장관은 회담 전까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제재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친교만찬 시작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에 있었지만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백악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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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참모들이 '북한과의 긴장 완화' 및 '역사적 합의를 위한 기회 마련'이라는 자신의 가장 큰 외교 업적을 약화하려는 걸 막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이어져 온 강 대 강 대치국면 속에서도 여전히 북한과의 협상에 집착해 왔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의원들이나 방문객들, 그 외 다른 인사들에게 자신은 여전히 협상을 타결할 수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종국에는 자신의 요구사항에 합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혀왔다고 익명의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회의적이긴 하지만, 자신이 '최종적 결정권자'(the ultimate decider)이며 여전히 역사적 합의에 도달하길 갈망하고 있다'는 걸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려고 애써왔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간의 괴리를 우려, '돌발상황'을 막기 위해 주변 참모들이 부심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볼턴 보좌관의 대북 강경 성향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모를 리가 없었고, 실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지난 27일 친교 만찬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이 배석자 명단에서 빠진 것은 당국자들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WP는 두 명의 당국자를 인용, "지난달 정상회담 기간 당국자들은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친교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볼턴 보좌관이 논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만찬에는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2+2'로 배석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튿날인 28일 확대 양자 회담에는 배석했으나 당시 미국 측 배석자는 3명이었던데 반해 북측에선 2명만 배석하는 불균형 구도가 연출되면서 볼턴 보좌관 맞은편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를 두고 북한 측이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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