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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건축 심의 통과 당락 좌우하는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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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시, 임대주택 有無따라 재건축 허가
사업시행인가 퇴짜 아파트, 눈치보며 사업계획 바꿔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임대주택' 유무가 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설계안보다 임대주택을 늘린 단지는 심의 통과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임대주택 없이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준공 40년째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삼익아파트는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2003년 조합설립을 인가받은 이후 16년만이다. 지난 1월 건축심의에서 반려된 정비사업계획안의 임대주택 물량을 기존 대비 10여가구 늘린 55가구로 제출하자 서울시가 승인해준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번 심의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라는 지적을 받아 이 부분을 보완했다"며 "이제 사업시행인가 등 다음 절차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한강삼익과 동일한 지역의 한강수변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1대 1 재건축을 추진중인 이 단지는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심의를 받았으나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정비계획안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주민들은 임대주택 없는 명품단지를 지으려 재건축을 추진해왔으나 시의 이 같은 요구에 현재는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왕궁아파트 한 주민은 "단지가 5개 뿐이라 용지가 적은데다가 한강변이라 용적률을 높게 올리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임대주택을 지으라는 건지 답답하다"면서 "현재 사업 진행이 막혀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말 공공주택 8만가구 추가 공급안을 발표한 이후 정비사업장 전반에 임대주택을 추가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장기간 재건축이 가로막힌 단지들은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실제로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는 정비사업이 장기간 가로막히자 현재 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수정아파트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기부채납 하지 않으면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구청에서 들었다"고 했다.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고도 재건축이 장기 표류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당초 정비계획안에 있는 호텔을 제외하고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거시설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비계획안을 변경하고 있다.


사실 재개발 사업은 전체 가구 수 중 1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지만 재건축의 경우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 재건축에 따른 임대주택은 조합이 용적률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용적률을 250% 이상으로 상향할 경우에만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정비사업 한 관계자는 "재건축 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볼모로 법에도 없는 내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공익을 명분삼아 사유재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장의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공공주택을 기부채납의 유형으로 인정하는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된 만큼 이달 말 시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최근 재개발ㆍ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개입하는 '도시ㆍ건축 혁신'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가 시행되면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이라며 "최근 여러 재건축 단지 주민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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