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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배양 쇠고기, 캡슐내시경, 암백신…미래기술은 ‘웰빙’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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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테크놀로지리뷰 통해 발표

일부 기술은 이미 상품화 단계

암호화폐 등 실패 기술 10개도



빌 게이츠 ‘올해의 기술 10가지’ 선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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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은 어떤 것들일까?

‘실험실 배양 쇠고기’, ‘암 백신’, ‘능숙한 손재주 로봇’ ‘소형 원자력발전 시스템’ ‘미숙아 예측’ ‘캡슐 내시경’ ‘이산화탄소 포집기’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 ‘하수처리장 필요 없는 변기’ ‘인공지능 비서’.

미국의 과학기술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에서 빌 게이츠가 선정한 ‘2019년의 기술 10가지’ 목록이다. 빌 게이츠는 탁월한 미래 예측가로 불리는데, 그가 1999년 <생각의 속도>에서 제시한 미래 기술 15가지는 대부분 현실이 됐다. 그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없던 때 실시간 가격 비교 사이트와 모바일 기기, 인터넷 결제, 인공지능 비서, 소셜 미디어, 실시간 스포츠 토론 사이트, 사물인터넷 등을 미래 핵심기술로 예측했다.

게이츠는 10가지 미래기술 가운데서도 특히 ‘실험실 배양 쇠고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인류가 기원전 4000년 전부터 끊임없이 개량해온 쟁기가 사람들의 수명을 늘리는 양적 도구 역할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 실험실 배양 육류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대표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수명이 늘어날 인류에게 미래 과제는 ‘삶의 질(웰빙)’ 개선이라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 지구 인구는 98억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이때 육류 소비는 현재보다 7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98억명의 육류 소비를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축산과 유통 방법은 지구 환경과 경제가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의 산업화된 대규모 축산 방식으로는 고기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 데 육류 종류에 따라 식물성 단백질 생산에 비해 물 소비량은 4~25배, 재배 면적 6~17배, 화석연료 6~20배가 더 필요하다. 가축은 지구 이산화탄소의 5%, 메탄가스의 40%를 배출하는, 온실효과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동물 단백질 15g을 얻기 위해서는 100g의 식물 단백질이 필요한 구조다. 현재의 축산 방식으로는 지구 생태 환경상 조달과 지속이 불가능한 구조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마르크 포스트 박사 팀이 2013년 8월 소의 어깨 근육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만들어낸 인공 쇠고기를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 런던에서 처음 시식행사를 연 바 있다. 이때는 패티의 개당 생산단가는 4억원이었다. 이 대학 연구진은 내년이면 실험실에서 배양된 햄버거 패티가 진짜 쇠고기 햄버거와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본다.

한겨레

게이츠가 선정한 미래기술은 지구 환경과 웰빙 관련 항목이 다수다. 암 백신은 가시화하지 못했지만, 미숙아 조기예측, 캡슐 내시경,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 등은 상품화에 근접했거나 이미 출시된 제품들도 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심박 수, 혈중 산소포화도를 자동 측정하고 있으며, 애플워치4에서는 심전도 측정 기능이 가능해졌다. 캡슐 내시경의 시장 규모는 매년 10%씩 성장해 2022년 1조원대로 예상되며, 성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이달 초 국내 전자통신연구원은 인체통신 기반 식도·위 캡슐 내시경 개발에 성공했다.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21세기의 실패한 기술 10가지도 골랐다. 암호화폐, 구글글래스, 원랩톱퍼차일드(OLPC), 세그웨이, 전자담배, 유전자 조작 아기, 전자투표, 개인정보 유통, 플라스틱 용기, 셀카봉 등이다.

구글글래스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착용형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았지만, 모든 공간을 ‘몰래 카메라’ 대상으로 만든다는 우려로 실패했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100달러 교육용 노트북(OLPC)은 40개국에 200만대 넘게 전달됐지만 실패했다. 더 편리한 상용 태블릿,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교육 문제를 도구와 기술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한 게 실패 원인이다. 블록체인은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인데, 암호 화폐가 투기수단으로 쓰이며 빛이 바랬다.

이 매체 편집진은 무엇을 ‘나쁜 기술’로 선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악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 구상한 훌륭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해도 나쁜 기술이 될 수 있다. 세그웨이나 구글글래스는 기술 실패라기보다 제품의 실패이고, 원랩톱퍼차일드와 전자투표는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기술적 문제로 단순화시킨 게 문제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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