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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애초에 승차거부 없었으면”…웃돈줘야 택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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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승차거부 없애는 서비스 속속 도입…‘잘못된 관행을 상술로 악용’ 지적

세계일보

카풀(Carpool) 등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는 택시업계가 ‘승차거부’를 없앤 서비스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들 서비스가 저마다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승차거부라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려 노력하기 보다, 이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둔갑해 판매하는 것은 상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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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고 블루’는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뉴시스


◆‘승차거부’ 없는 대신 가격은 비싸게

최근 타고솔루션즈가 내놓은 ‘웨이고 블루’는 승차거부없는 택시를 표방한다. 웨이고 블루는 승객이 택시를 호출했을 때 기사에게 목적지 정보가 뜨지 않는다. 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대신 모든 기사의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를 도입했다. 기사들의 입장에선 사납금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 서울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이 택시의 기본요금은 6800원이다.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한 서울 일반택시의 기본요금인 3800원보다 3000원이 더 비싸다. 타고솔루션즈 오광원 대표는 “모든 승객, 시민, 국민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지만 가격대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경우 얼마나 이용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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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은 ‘스마트 호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티맵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스마트 호출 기능을 사용하면 수락 가능성이 높은 택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도 1000원의 추가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승차거부가 없는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역시 일반택시보다 20% 높은 가격을 받는다.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30% 높은 요금을 받는다. 다만 타다의 경우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해 한번에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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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 없애려는 생각은 않고, 프리미엄 서비스로 둔갑

이들 서비스를 두고 애초에 택시가 자구책을 마련해 근절해야 하는 승차거부를 차별화된 서비스로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일반택시의 승차거부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카카오다. 타고솔루션즈는 서울‧성남 택시업체 50여곳과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카카오티앱으로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를 용이하게 만들었던 카카오가 승차거부를 줄이는 서비스를 내놓고 추가요금을 받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한 서비스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둔갑해 추가 수익을 거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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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성동구 피어 59 스튜디오에서 열린 '웨이보 블루 with 카카오 T' 출시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일반택시의 기본요금 인상과 웨이고 블루 등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머니 가 가벼운 사람들은 택시 이용 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면 가격이 저렴한 카풀의 시장 도입은 부진한 상태다. 지난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에 선택적 카풀을 허용하기로 하고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해외의 경우 택시나 차량공유 서비스의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져 가격 부담도 주는 추세다. 미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의 경우 택시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다. 일본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지만, 택시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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