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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맹탕으로 끝난 대정부질문... ‘대선주자 이낙연’ 존재감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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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교착으로 비핵화 협상 정체 속 야당 의원 공세에 노련하게 방어

여권선 “사이다 총리, 스타 됐다”… 내년 총선 서울 종로출마설 나와
한국일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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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인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립테니스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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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음이 명백해졌다.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핵을 쏘고 미사일을 쏘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씀인가.”(이낙연 국무총리)

“국민들이 안보를 위태롭게 생각하면 국민적 안보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김 의원)

“핵 미사일 도발이 없어진 지 1년4개월이 넘었다.” (이 총리)

지난 19일 국회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의 한 풍경이다. 한반도 정세가 북미 교착으로 정체된 가운데 정부·여당 측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방했다는 반응이 국회에서 나돌았다. 의원들이 송곳질문을 쏟아내긴커녕 이 총리가 공세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19일의 한 장면만 보더라도 정부측 답변에 야유가 일제히 쏟아지자 이 총리는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접근법으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비핵화에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고 맞대응했다. “정부 견제기능 제대로 못한 의원들이 더 문제”란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야당의 안이한 대응으로 이 총리만 스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정부질문은 총리와 장관을 국회에 불러 국정운영 실패를 질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무대로 꼽힌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소득주도성장 실패 등 기존 비판을 반복하며 맹탕 공방에 그쳤다는 평가다. 24일 여권 안팎에선 오히려 “이 총리가 야당의 공세를 노련하게 받아 넘기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에선 이처럼 “사이다 총리”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민감한 문 대통령 딸 부부의 해외 이주 배경을 캐묻자,“위법이 아니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청와대가 왜 사실을 밝히지 않냐”는 주장에는 “말씀하시는 분이 위법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받아쳤다.

잘못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당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건네 ‘외교 결례’를 했다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SNS 막말 논란에는 “자유인으로 산 기간이 긴 탓인지 절도를 넘는 언동이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을 마친 후 페이스북을 통해 “나흘 동안 쉰 분 의원의 말씀 잘 들었다”며 “향후 국정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대상이다. 당장 내년 총선 출마에 이어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선의 경우 호남(전남 담양군ㆍ함평군ㆍ영광군ㆍ장성군) 출신이란 지역색을 탈피하기 위해 서울 종로 등의 험지출마론이 흘러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총리도 올해 하반기 유은혜 사회부총리(지난해 8월 입각) 등과 함께 개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에도 총리 시절 반사이익이 유지될지, 당내 주류의 견제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박근혜 정권 총리’간 대결이 성사될 지도 관심이다. 최근 대통령들이 국회의원을 거쳤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비례대표 끝번을 달고 총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종로 같은 상징성이 큰 곳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이나 대선과 관련해 “아직 이른 얘기”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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