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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공실률 1%→19%, 강남 한복판 논현동이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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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왕복 8차로 대로변의 한 상가 건물 외벽에 '매매·임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강남에서도 가장 번화한 동네로 꼽히는 곳이지만, 가로수길 초입부터 강남 을지병원 방향으로 가는 대로변에 늘어선 26개 건물 가운데 7개는 1층 매장이 비어 있었다. 한 매장에는 심지어 '권리금 없음'이라는 안내문까지 보였다. 아예 3층짜리 건물 전면 정중앙에 임대 광고 현수막을 붙여놓은 곳도 있었다. '건물주가 직접 임대해 준다'는 광고를 내건 곳도 있었다. 한 건물 관리인은 "건물주들이 애가 타서 임대 문구 하나하나 신경 써 가면서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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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청담동·삼청동… “임대료 낮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요” -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상가건물 1층에 ‘권리금 없이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위). 가까운 청담동 대로변에도 1~2층이 한꺼번에 공실인 건물이 있었다(가운데). 경기 침체로 강남 노른자위 상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임대료가 급등했던 종로구 삼청동에서도 1층 상가에 대형 유리창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나붙었다(아래). /박상훈·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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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상가 건물 1층 매장 곳곳에 임대 문의가 붙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엔 세입자가 장사가 안 돼 나가도 금방 다른 사람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한 번 나가면 한참 비어 있다"며 "전보다 임대료도 낮아졌는데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큰 길가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빈 상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압구정 로데오길은 한 집 건너 한 집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한 카페 사장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나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의 15층짜리 대형 상가건물은 6, 7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1년 반 전만 해도 공실률이 1%로 빈 상가를 찾기 어려웠던 강남 논현역 인근 공실률은 18.9%까지 치솟았다. 상가 5곳 중 하나꼴로 비었다. 대한민국 돈이 모인다는 서울 강남의 상권도 버티지 못할 만큼 '길거리 경기'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강남 사무실도 빈자리가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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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상권과 함께 오피스가(街)도 경기 침체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대로 인근 오피스 공실률은 2013년 10.1%에서 2018년 18.5%까지 높아졌다. 서울 신사역 인근에서도 같은 기간 공실률이 3%에서 8.4%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2분기와 2018년 4분기를 비교해도, 서초 오피스 공실률은 10.1%에서 10.6%로, 테헤란로는 6.2%에서 6.5%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이라고 진단한다. 일단 서울 강남에서 사무실 수요가 줄고 있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성수나 판교 등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영정 빌딩드림 이사는 "2010년에 '9호선 효과'로 강남 주요 지역에 건물 신축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강남 공실률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인근 상가도 침체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논현역 공실률 1년 반 만에 19배 치솟아

경기 침체에 유동 인구까지 줄면서 '노른자위', '금싸라기'라던 서울 강남 상가들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권은 강남역, 신사역, 삼성역 주변 정도를 제외하면 회사원들이 출근할 때 장사하는 주 5일 상권이라서다. 임대료가 가뜩이나 비싼데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폐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불과 1년 반 만에 공실률이 19배나 치솟은 논현역 상권이 대표적인 예다. '명품의 메카'로 통하는 청담도 상가 공실률이 2017년 3.4%에서 2018년 11.2%로 급증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벌어지는 자영업 몰락이 공실률 지표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실률이 높아지고,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대료가 내렸지만, 공실률은 낮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강남권 상가는 3.3㎡당 평균 임대료가 2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017년 2분기 25만4000원에서 24만9000원이 됐다. 강남 이외 지역들은 더 심각하다. 이태원은 공실률이 2017년 2분기 14.9%였는데 1년 반 뒤인 2018년 4분기 21.6%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촌은 4.2%에서 10.8%로, 용산도 5.9%에서 9.7%로 늘었다. 이상혁 선임연구원은 "임대료를 내리는데도 공실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경기가 심각한 위기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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