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北에 ‘올리브 가지’ 내민 트럼프… 美 정부는 우왕좌왕 [뉴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략적 후퇴’ 선택 대북 압박에 제동 / 양측간 대화 재개 위한 ‘거래의 기술’ / 트럼프 돌발적인 트위터 메시지에 / 백악관·재무부 등 관련 부처 대혼란 / “美 최대압박 정책 약화 시킨다” 지적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2일(현지시간) 추가 대북 제재 철회 지시가 ‘대북 최대압박’ 전열을 흩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해온 최대압박 작전에 제동을 걸고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교착화를 막고 양측 간 대화 재개를 위한 ‘거래의 기술’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견인에 핵심 지렛대로 여겨온 최대압박 전략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최대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끌어내려던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과학자연맹(FAS)의 북한 전문가 애덤 마운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제재)이행을 느슨하게 하는 것을 자원하고 있다”면서 “지렛대를 반대쪽(북한)으로 움직여줌으로써 북한의 전술이 작동할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를 거절, 북한을 돌려보냈다면 이번엔 제재 이행에 융통성을 보여 북한이 대화 재개에 나서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 철회 지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NBC방송은 23일 “압박 작전은 끝난 것인가, 더 많은 제재가 완화될 것인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왜 제재가 더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와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대북 최대압박 정책을 약화시킨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트럼프의 유화 제스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워싱턴=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트위터 메시지에 백악관, 재무부, 국무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대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절차는 물론이고, 외교·안보팀의 참모진과 일절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 21일 미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 회사 2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 직후에 제재 철회 방침을 밝혀 관련 부처와 책임자들이 우왕좌왕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각각 성명과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재무부가 단행한 제재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세계일보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한 방으로 장관 등 핵심 참모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핵심 대외 정책을 천명하는 게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철회’ 지시를 했다고 했으나 백악관, 재무부, 국방부 등의 책임자들은 추가 제재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 부처는 “백악관에 물어보라”며 뒤로 물러섰으나 백악관의 핵심 관계자들도 어리둥절한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