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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명줄` 쥔 뮬러 특검수사 종료…워싱턴정가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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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뮬러 특검 보고서를 전달 받은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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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22개월에 걸친 수사를 종료하고 보고서를 지난 22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법무장관 손에 건넸다. 특검 보고서에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내통이 있었는지, 또 트럼프 측이 이를 은폐하려고 시도했는지에 대해 그동안 수사한 결과가 담겼다.

뮬러 특검은 그동안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마이클 코언 전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 등 34명과 단체 3곳 등 총 37건을 기소했다. 핵심 인물인 매너포트 전 본부장은 지난 13일 징역 43월이 추가돼 총 7년6월형을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내통 자체가 아니라 불법 로비와 탈세 등 병합 혐의에 대한 유죄였다.

보고서 사전 열람을 요구했던 백악관에는 23일까지 보고서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아직 백악관은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특검 보고서 검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결론을 어느 정도까지 의회와 공유할지에 대한 검토를 거듭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검이 수사를 끝내면 직접 수사를 발표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법률상 특검이 활동 종료 후 법무장관에게 서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무장관은 의회와 보고서 내용을 공유할 의무가 있다.

바 장관은 이날 9시간 동안 사무실에 머물며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 등 고위 참모들과 보고서 내용을 탐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뮬러 특검은 이날 함께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바 장관은 전날 상·하원 정보위원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특검 보고서를 받았으며 곧 의원들에게 핵심 결론을 공유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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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장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수사 결론 도출에 동원된 관련 증거자료까지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성명을 내고 "보고서와 (수사 결론 도출에 적용된) 문서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의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같은 주장을 한 뒤 필요시 보고서에 대한 강제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바 장관은 "뮬러 특검과 논의해 어떤 부분을 의회와 대중에 공개할지 정하겠다"며 다소 소극적 입장을 나타냈다. 법률상 보고서의 일반 공개 여부는 법무장관이 결정한다. NYT는 23일 법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특검 보고서가 최소 하루 더 기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바 장관의 의회에 대한 특검 보고서 공유는 일러야 24일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이 고위 관리는 특검 보고서를 본 사람은 법무부 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직 보고서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담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뮬러 특검이 추가 기소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 건'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특검 종료 이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보고서 내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올 경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는 그동안 뮬러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며 반대 세력에 의한 정치 공세로 규정해왔다. 트위터에 "공모는 없다"고 부인한 것만 71번이나 된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대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보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추가 기소가 없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2년의 임기를 이 허위의, 조작된 러시아 공모 스토리 아래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가 제출된 다음날인 23일 아침부터 골프장으로 향했다. 보통 아침부터 트윗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썼다.

NYT는 이날 "특검의 결론이 무엇이든지 뮬러 특검은 이미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일 때도 러시아와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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