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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비상구 여니 3m 낭떠러지… 이번엔 청주 노래방 추락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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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춘천 비상구 추락사 복사판…추락 방지 시설 없어

관련법 개정했지만 2017년 12월 이전 문 연 업소는 무방비

안전로프·쇠사슬 등 안전시설은 12월돼야 모든 업소 적용

중앙일보

청주 청주시 사창동에 있는 한 노래방. 2층 외벽에 비상구가 설치돼 있지만 내외부에 난간이나 추락방지용 시설이 없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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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사창동의 한 상가 건물. 2층 노래방 외벽에 문이 보였다. 바닥에서 3m 높이에 설치된 이 문은 탈출용 비상구다. 비상구는 1층으로 연결된 수직계단 등 통로가 없었다. 별도의 난간도 없었다. 이른바 ‘낭떠러지 비상구’다. 상가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씨는 “자주 보는 건물이지만 2층에 난 문이 비상구였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 비상구에서 지난 22일 오후 10시 15분쯤 노래방을 찾은 이모(23)씨 등 5명이 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머리 등을 다친 이씨와 송모(39)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4일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3명은 경상으로 치료 중이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회사 동료로 이날 회식을 하고 노래방을 찾았다.

사고가 난 노래방은 중앙통로 양쪽에 방이 있는 구조다. 복도끝에 방화문이 있고, 방화문을 열면 2.25㎡ 크기의 작은 공간인 부속실이 있다. 부속실을 열면 비상구이고, 비상구 문을 열면 3m 아래 맨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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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사창동의 한 노래방에 추락위험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있다. [사진 충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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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5명 가운데 일부가 비상구 근처에서 다퉜고, 나머지가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비상구 잠금장치가 이들의 하중을 이기지 못해 파손됐고, 문이 열리는 바람에 5명이 차례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방 업주는 경찰에서 “이씨 등이 방화문과 비상구 사이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 ‘떨어질 수 있으니 그곳에서 나와달라’고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비상구에는 ‘평상시 출입금지, 비상시에만 이용’, ‘추락위험’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번 사고는 2년 전 강원 춘천에서 발생한 낭떠러지 비상구 추락사와 비슷하다. 2017년 4월 발생한 춘천 비상구 추락사는 당시 노래방을 찾은 김모(58)씨가 외부와 연결된 비상구를 화장실 통로로 오인해 3m 아래로 떨어져 숨진 사고다. 2016년 6월엔 부산시 동구의 한 2층 노래방에서 A씨(22·여)가 방화문을 열었다가 3.8m 아래 1층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와 팔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2015년 6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건물 4층에서는 비상구 아래로 20대 남성 두 명이 떨어져 한 명이 숨지고 또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쳤다.

낭떠러지 비상구 추락 사고는 허술한 법에서 비롯된 인재란 지적이다. 다중이용 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노래방 등 다중이용 업소는 양방향 피난이 가능하도록 2개의 대피로를 확보해야 한다. 5층 이상 업소의 경우 출입문 외에 보행이 수월한 피난계단으로 연결하는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4층에 있는 업소는 비상구에 완강기와 피난사다리를 설치하면 그만이다. 안전을 위한 계단 등을 설치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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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17년 4월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은 김모(58)씨가 떨어져 숨진 강원도 춘천의 한 노래방 비상구의 당시 모습.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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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방지용 시설은 오는 12월에나 모든 다중이용 업소에 적용된다. 정부는 비상구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2017년 12월 관련법을 개정해 경보장치와 추락 방지용 안전로프·쇠사슬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전에 문을 업소는 유예기간이 2년이라 아직 대상이 아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노래방은 2012년 문을 열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비상구가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고 위급상황 시 뛰쳐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추락방지용 난간이나 피난 계단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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