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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3년간 불법촬영을 당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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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대화방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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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차피해, 3차피해를 당해도 좋으니 가해자가 반드시 제대로 된 죗값을 받게 도와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촬영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90년생 여자’라고 밝힌 피해자는 가해자가 불법촬영 사진을 공유한 정황과 공소장까지 함께 게시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23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제도 조선소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25살에 만나 3년간 진심으로 사랑했고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 그 남자는 제 알몸을 몰래 찍어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로 시작하는 글에는 현재 3000여명이 청원 동의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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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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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과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가해자는 2016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여자친구인 ㄱ씨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다수에게 유포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ㄱ씨는 곧바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현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이용촬영)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범죄사실은 총 두가지다. 하나는 ㄱ씨 의사에 반해 가해자가 총 24회에 걸쳐 ㄱ씨의 알몸을 55개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ㄱ씨는 “남자친구가 늘 저에게 집안에서 속옷까지 전부 벗고 있으라고 요구했고 관계 후에도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거부했지만 그의 집요한 요구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는 제 몸을 촬영하기 위해서 그런 요구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남자친구는 항상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녔다. 제가 외장하드를 보여달라고 해도 절대 보여주지 않았고, 몸에 소지하고 다니거나 또는 거제도 집이 아닌 자신의 부산 본가에 숨겨 제가 외장하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고 적었다.

ㄱ씨는 “그와 3년을 같이 살다시피 했기 때문에 55개의 동영상 말고도 훨씬 많은 동영상이 있을까 봐 두렵다”며 “그 동영상을 제가 모르는 곳에 유포하거나, 지인들과 돌려보며 낄낄댔을 생각을 하니 정말 죽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ㄱ씨는 이 같은 사실을 담당 검사에게 말하고 몰래 찍은 모든 동영상을 찾아달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동영상이나 촬영물을 찾더라도 피해자를 알아보기 힘든 동영상은 기소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ㄱ씨는 “누군가가 몰래 내 몸을 찍어 유포를 시작하면 모든 파일을 찾아 삭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저는 살면서 언제 그 동영상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제 지인들이 볼까 봐 너무나 두렵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길거리를 다니지도 못한다. 누군가가 저를 빤히 쳐다보면 혹시 저 사람이 내 동영상을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6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다. 거의 먹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범죄사실 두 번째는 가해자가 ㄱ씨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촬영한 46장의 촬영물을 10회에 걸쳐 유포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이에 대해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는 것은 동의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며 “처음 공소장을 받아보고 저는 하루 종일 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저는 정말 동의한 적이 없다. 하지만 법에서는 묵시적 동의도 동의라고 인정한다고 한다. 제가 카메라를 응시하여 촬영 사실을 알았거나 하지 말라고 가리지 않으면 묵시적 동의가 된다고 한다”며 “3년의 기간 동안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당시 몰래 사진촬영을 하다가 저에게 걸린 적도 있다. 저는 그때마다 다시는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항의했지만 그는 찍은 것도 자기만 보다가 지울 것이고, 다시는 찍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저는 늘 사진이 찍힌 것을 알면 바로 사진을 지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으면 묵시적 동의라고 한다. 그래서 저는 졸지에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동의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며 “저는 하늘에 맹세코 촬영을 허락한 적이 없고 즐긴 적이 없다. 사람들이 저를 부정한 여자로 본다면 그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검사님이 인정한 가해자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최대한의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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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피해 공소장 내용


이어 ㄱ씨는 가해자가 불법촬영한 사진을 유포한 증거로 가해자가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인터넷 카페에서 주고받은 쪽지를 캡쳐해 제시했다. 해당 사진에 따르면 가해자는 2018년 8월15일에 “혹시 와이프 사진 교환 하실래요? 수위때문에 카페에 못 올리는 사진이 많아서...참고로 제 와이프는~”이라는 쪽지를 같은 카페 회원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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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불법촬영 공유를 제안하는 쪽지 캡쳐


또 다른 사진에서 가해자는 ㄱ씨를 자신의 와이프라고 칭하며 “제 와이프입니다. 수위 있는 사진도 많아요~”라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 대화방에서 가해자는 불법촬영한 사진도 전송했다.

ㄱ씨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전 울고 있다. 전 사랑을 했지만 그 남자는 저를 그냥 섹스 도구로 생각했다”며 “저는 이렇게 유린당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범죄는 70% 이상이 벌금형이라고 한다.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20%도 안되는데 그중 대부분이 1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한다”며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께 도움을 청하기 위함이다. 저는 가해자가 충분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ㄱ씨는 “정준영씨가 몰카촬영과 유포로 구속되었다고 한다. 정준영씨는 연예인이다보니 구속이 된 건지, 아니면 촬영 대상이 여러 명이라 그런 건지.. 그런데 가해자는 구속되지도 않고 지금도 날씨를 즐기며 자유로이 생활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ㄱ씨는 “가해자와 그 변호사는 저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거나 전화를 해서 합의를 요구한다. 그래서 저는 거제도를 떠나 지금 다른 지역에 집을 구해 살고 있다. 저는 합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제가 바라는 것은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며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첫째는 가해자가 법정최고형이라도 받기를 바라는 마음. 두 번째는 혹시 이 글을 읽는 다른 여자분들이 남친이나 남편이 누드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을 찍으려고 할 때 바로 거부 의사를 말씀하시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고 글을 끝맺었다.

ㄱ씨를 돕고 있는 김상균 변호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절도죄의 형량이 6년인데 의사에 반한 불법촬영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이다.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못한 낮은 형량이 이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양산해내고 있다”며 “현재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불법촬영의 70%가 벌금형인 우리나라 법의 실정상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ㄱ씨에게 최대형량인 5년을 목표로 싸워보자고 말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ㄱ씨가 2차피해, 3차피해를 입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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