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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학의 한밤의 출국금지... “과잉조치” vs. “선제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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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성 접대’ 김학의, 인천공항서 출국 제지
金 "왕복티켓 끊었는데 해외 도주라니..."
법무부 "피내사자도 넓게 보면 피의자다"
"권한없는 조사단, 과잉조치로 볼 수 있어"

조선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 조선DB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가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공식화 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신원을 확인하고 검찰에 확인해보니 피내사자 신분이어서 상부에 보고한 뒤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법무부 조치에 대해 법 절차상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김 전 차관이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피조사자’ 출국금지, 과잉조치? 선제적 대응?
김 전 차관은 현재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에 따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대상에 올라있다. 이 조사는 검찰이 과거 처리한 사건 중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들을 재조사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다보니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소환 대상자가 출석을 거부하더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지난 15일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게 한차례 소환 조사를 통보했으나, 그는 불응했다. 엄격하게 보면 ‘피조사자’ 신분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과도한 처분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김 전 차관은 출국을 제지당할 당시 출입국당국에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나가는 것이다. 도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법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알려진 의혹만으로 출입국관리당국이 긴급출금조치를 한 것은 과잉조치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긴급출국금지 조치 대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는 긴급한 경우 피내사자를 피의자로 볼 수 있고 하던데 그런 조항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출입국관리당국이 좀 오버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진상조사단의 조사 자체가 내사 단계로 진행돼 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피의자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한 간부는 "딱 법적 신분으로만 보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광범위하게 보면 범죄 혐의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 가능한 조치였다고 보인다"며 "만약 나가버렸으면 모두들 출입국 관리체계에 구멍 뚫렸다고 비난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출입국관리법에는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출입국 관리당국에 긴급 출국금지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일반적인 출국금지조치는 수사상 필요한 경우 피내사자에 대해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긴급 출국금지조치는 피의자에 대해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긴박했던 인천공항… 새벽 5시까지 발묶인 金
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2일 밤 11시쯤 인천국제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면세점이 있는 탑승장 쪽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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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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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당국은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곧바로 법무부에 보고했고, 이는 대검 진상조사단에 전해졌다. 진상조사단 측은 "못나가게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는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를 통해 구두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국금지를 긴급하게 해놓은 뒤 법무부장관께는 사후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동부지검 소속 검사 명의로 정식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23일 자정쯤이었다. 진상조사단에는 검사와 변호사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검사가 아니면 이같은 조치를 내릴 수 없도록 돼 있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이 출국심사를 마치고 탑승동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출국금지 된 것이 알려져서 못 가게 한 것"이라며 "김 전 차관에 대해 출입국관리당국 측에서 구금하거나 억류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날 새벽 0시 20분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던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 조치 이후 내내 공항 내에 머무르다가 이날 새벽 5시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강원도 원주시의 별장에서 수차례 성 접대를 받고,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2차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조사 대상 사건에 포함됐고, 현재까지 진상조사단의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다음날 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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