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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2의 대처→식물총리→트럼프같다'까지…메이는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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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英 브렉시트 갈등 봉합의 해결사로 떠올랐지만 여당 내 화합조차 실패…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에 사퇴 압박에까지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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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총리실 관저에서 영국 하원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해 줄 것을 호소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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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브렉시트다.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지난 2016년 7월13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말이다. 그로부터 3년 후.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내 혼란은 잦아들긴 커녕 더욱 가중돼 이제 메이 총리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20여년 정치 경력 쌓은 베테랑…대처 이후 26년 만에 등장한 女 총리로 '주목'=메이 총리는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촉망받는 베테랑 정치인이었다. 브렉시트안은 단 3.8%포인트 차로 국민투표를 통과할 만큼 영국 내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섰는데, 이런 갈등을 봉합해 줄 구원 투수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90년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총리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취임 당시 여러 언론은 그녀를 '제 2의 대처'라고 불렀다.

전임자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4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리에 올라 '깜짝 스타'로 여겨졌던 데 비해 메이 총리는 오랜 시간 동안 총리감으로 길러진 인물이라 평가받았다.

메이 총리는 1956년 잉글랜드 남동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부친과 토론을 즐기며 일찌감치 정치인의 꿈을 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친구에게 '자신의 꿈은 총리'라고 밝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영란은행에서 약 7년(1977~1983년)간 근무했다.

삼수의 도전 끝에 1997년 잉글랜드 남동부 버크셔에서 하원의원에 당선,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보수당 의장, 내무부 장관, 보수당 대표, 재무부 장관을 거쳐 76대 영국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르게됐다. 정치인으로서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온 셈인데 총리직에 올랐을 당시 그녀의 나이는 60세였다.

주변인에 따르면, 말하기 보다는 주로 경청을 하고, 필요한 말만 하며, 말한 것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았다.

독일의 한 언론은 이런 메이 총리에 대해 "차가운 복수의 기술을 익혔고, 강하고 안정적인 메시지를 가차없이 반복한다"며 '얼음 여왕(Ice Queen)'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강인한 이미지와는 다른 의외의 모습들도 외신을 탔다.

메이 총리는 자신을 요리책 100권을 보유한 '요리광'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2018년 10월에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아바(ABBA)의 '댄싱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연단에 등장, 환호를 받기도 했다. 다만 다소 엉거주춤하고 흐느적거리는 듯한 춤동작에 SNS에서는 '로보메이(RoboMay·춤추는 게 로봇같다는 의미)' '대드 댄싱(Dad dancing·춤추는 게 아저씨스럽단 의미)'으로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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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7월, 총리 취임 후 박수를 받으며 관저에 들어서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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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의회 설득 실패로 리더십 '위기'…브렉시트 매듭에 정치인생 '명운'=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받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위기는 취임 1년 만에 찾아왔다.

메이 총리는 2017년 6월, 브렉시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집권 여당(보수당) 의석수 확대를 목적으로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실패하자 역풍을 맞았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결과를 낙관하며 던진 승부수였지만 총선 결과, 보수당의 의석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됐고 과반의석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 EU와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 2017~2018년 사이, 메이 총리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졌다. 협상에서 EU에 끌려다니기만 할 뿐 배짱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와 온건 브렉시트파 화합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영국 대중지 '더 선'지는 보수당 내 한 관계자의 입을 빌어 "메이 총리가 리더십 위기 경고를 받았다"며 "그녀에게 식물총리(Corpse·시체)란 브랜드가 붙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리더십 위기가 최고조에 오른 것은 2018년 말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 한 후, 2019년 이를 영국 하원에서 승인 받는 과정에서다.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은 올해 1월, 1차 투표에서 230표차로, 올해 3월, 2차 투표에서 149표차로 각각 부결됐다. 1년 넘게 EU와 협상해 만들어온 정부의 합의안이 브렉시트 시한을 코앞에 두고 번번이 영국 국회로부터 퇴짜맞은 셈이다.

이는 영국 정치 역사에 남을 메이 총리의 '참패'로 기록됐다. 제1 야당이 지난 1월, 1차 투표 결과에 책임을 물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부결돼 메이 총리는 가까스로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의회 설득에 실패한 메이 총리는 지난 20일,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 공식 요청했고 다음주 중 3차 투표를 강행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밤, 생중계를 통해 하원에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위해 합의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마지막으로 호소했지만 전망은 하원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서 브렉시트 연장 요청이라는 위기 상황에 닥친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닌, 의원들의 탓이라는 식으로 발언한 탓도 있다.

한 의원은 그녀에 대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의원은 "트럼프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런 상황에 놓인 메이 총리에 대해 지난 20일 "사퇴 요구에 부딪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20여일간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합의없는 EU 탈퇴)'냐 '연장 개시'냐를 놓고 격랑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BBC는 21일 유럽연합(EU)이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이 요청한 브렉시트 연기에는 합의했다면서 다음주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의결하면 브렉시트는 5월22일까지, 부결되면 4월12일까지 연장 시한이 결정된다고 보도했다.

총리 임기 시작 초반 그는 호피무늬 구두 등 과감한 패션 센스로 주목받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사당 연단에서 핏대를 세우거나 목청을 높이는 사진들로 주로 기억된다. 브렉시트를 어떻게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메이 총리의 정치 인생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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