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싹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각종 새가 지저귀며 움직이는 모습은 적지 않은 감동을 준다.
특히 조류 관찰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받은 창녕군 유어면의 우포늪은 한번 꼭 찾아볼 만한 곳이다.
우포의 봄 [사진/성연재 기자] |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지닌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다. 총면적 2천505㎡에 이르는 천연 늪 속에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우포늪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우포늪은 대부분의 둘레길이 수면과 맞닿을 정도로 평탄해 노약자들이라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창녕군은 '우포늪 생명길'을 조성해 아름다운 조류들을 바라보며 탐조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지랑이 속에 우아하게 헤엄치는 큰고니 5형제 [사진/성연재 기자] |
새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해가 막 모습을 드러낸 직후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Whooper swan) 5형제를 만났다.
우아한 모습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헤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발레다. 어쩌면 백조의 호수가 이 녀석들의 모습에 착안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는 겨울 철새인 이들이 낯익을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는 취약종으로 구분된 소중한 존재다. 그만큼 우포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아지랑이 속 헤엄치는 큰기러기 [사진/성연재 기자] |
큰고니뿐만 아니었다. 큰기러기(Bean Goose) 떼들도 조용히 이 땅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큰기러기는 보통 기러기보다 더 짙은 갈색을 띠는데, 몸길이가 76∼89c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겨울 철새지만 큰고니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돼 있다. 10월 하순에 찾아와 이달 말이면 한국을 떠난다.
"나 팔리는 것임?" [사진/성연재 기자] |
다음으로 시골 분위기 물씬 나는 창녕 공설시장을 찾았다. 창녕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정류장과 붙어 있는 공설시장 초입에서 토끼와 닭, 강아지 등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엉거주춤 주인에게 귀를 잡혀 나오는 토끼 한 마리가 눈에 띈다.
바로 옆자리의 할아버지는 예쁜 강아지를 몇 마리 내다 파시려고 나오셨는데, 그중 한 마리가 유독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끙끙댄다.
애절한 눈으로 호소하는 강아지 [사진/성연재 기자] |
'어찌할까? 한 마리 더 키워?' 애절한 강아지의 눈빛을 보고 돌아 나오려니 마음이 무겁다.
시장통으로 들어섰더니 이게 바로 오일장이구나 싶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붕어와 잉어, 장어 등 다양한 민물고기들이다.
인근 우포늪에서는 허가받은 어부들이 있어 창녕시장에선 어느 곳보다 신선한 민물고기를 구할 수 있다.
우포시장의 민물고기들 [사진/성연재 기자] |
창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노스페이스 매장이다. 광역시도 아닌, 군 단위에 국내 최대규모의 아웃도어 매장이 들어선 것은 노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의 창업주 고향이기 때문이다.
대형 맥머도 재킷 모형 [사진/성연재 기자] |
1층 매장 입구에는 실제 방수·투습 원단으로 제작된 초대형 '맥머도 재킷' 모형이 있고, 박이추 커피 매장도 붙어 있어서 한번 들러볼 만하다.
노스페이스 매장 앞 인도에는 봄을 맞아 묘목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길가에 차를 댄 뒤 내려 묘목을 사러 가는 사람들은 모두 나이 든 사람들이다.
노인들에게 "묘목을 길러 어느 세월에 나무가 크는 것을 보시려고 그러시냐"고 슬쩍 물었다.
노스페이스 매장 앞의 묘목 시장 [사진/성연재 기자] |
노인들은 시크한 표정으로 이런 대답은 내놓는다.
"제 생전에 어떻게 나무 크는 걸 보겠습니까? 손주들을 위해서…"
이번 봄엔 고향 집에 나무 몇 그루를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포늪 생명길 약도 [창녕군 제공] |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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