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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윗선’ 청와대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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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은경 전 장관 사전구속영장 청구

‘장관 보고용 폴더’ 결정적…‘낙하산 인사’ 관련, 핵심 진술도 확보

환경부 ‘당혹’…청 “장관 인사권 허용 범위, 법원 판단 지켜볼 것”

검찰이 22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변곡점을 맞았다. 향후 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파악된 청와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를 압수수색해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 등을 다룬 문건 등이 담긴 ‘장관 보고용 폴더’를 확보했다. 이 문건들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 일부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과 감사 계획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 “김 전 장관에게 감사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수차례 관련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특정 인사들을 산하기관 임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산하기관 임원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추천 표시가 있는 문건, 특정 인물을 언급하는 e메일이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 오간 흔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현직 환경부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는지도 수사해왔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사실상 ‘윗선’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산하기관 임원의 임면 권한이 자신에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직에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이 탈락하자 김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 관계자에게서 질책을 당했다는 진술도 검찰은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청와대와 수차례 조율하며 인사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최근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2명을 조사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44)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등의 지시로 민간인 사찰이 포함된 첩보를 생산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같은 달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산하기관에 대한 적법한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체크리스트’라고 주장해 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직전 수장이었던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에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환경부에선 현직 고위 간부들까지 사건에 얽혀 있어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봐왔다. 다만 이전부터 장관과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일 뿐 민간을 대상으로 사찰하는 ‘블랙리스트’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허진무·김지환·배문규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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