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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서 꾸역꾸역 초밥 5인분 먹고…위 CT 사진보니 [의학전문기자 먹방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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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TV와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많이 먹고 빨리 먹는 게 감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뒤는 생각지 않는다. 생명을 건 유희, 먹방의 세계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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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분 이상 먹고 사망한 사람의 X레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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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유튜브를 대세로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다. 10인분 이상 엄청난 양을 먹는 먹방은 기본이고 3, 4명이 빨리 먹기 시합을 하는 푸파(푸드파이터) 방송도 인기다. 프로 ‘먹방러’ 중에선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생명을 담보로 한 유희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동이 먹방을 위해 엄청난 양을 먹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먹방이 신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먹방 전후 위(胃) 모양을 3D CT(입체 컴퓨터단층촬영)로 찍어보니 결과는 충격적이다. 30배가량 늘어난 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 먹방 도전에는 채널A 남혜정 기상캐스터도 함께 했다.

● 꾸역꾸역 초밥 5인분을 먹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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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먹방 도전에 앞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몸무게는 66.1㎏, 체질량지수(BMI)는 23.7(25이상 비만)이었다. 먹방을 시작하기 전 위의 부피는 11만9196㎣로 약 0.12L였다.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몇 개나 먹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초밥을 택했다. 초밥 30인분을 주문하자 큰 식탁 가득 찼다.

이날 낮 12시 반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남 캐스터와 대화를 하며 가능한 한 천천히 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초밥 2인분을 먹자 배가 가득 찼다. 3인분부터는 확실히 위에서 부대끼는 느낌이 강했다. 4인분부터는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계속 물을 마시면서 초밥을 넘겨 배가 더 불러왔다. 꾸역꾸역 1시간동안 5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도 3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는 “나중에는 음식 맛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매일 먹방을 하는 분들이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위 부피, 먹기 전 30배로 부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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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전(왼쪽), 후 (오른쪽) CT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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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5인분을 먹은 뒤 신체 변화를 살폈다. 몸무게는 1시간여 만에 1.3㎏나 늘었다. 체질량지수는 24.2로 0.5가 증가했다. 놀라운 건 3D CT 사진이었다. 위의 부피가 350만6448㎣(약 3.53L)로 커졌다. 1시간동안 먹은 초밥 5인분에 위가 먹방 전보다 29.4배로 커진 것이다. 사람의 위는 보통 최대 4L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T 영상을 살펴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진수 소화기내과 과장은 “정상인은 식사 전후로 위의 용적이 2배 정도 늘어나는데 이진한 기자는 먹방 전후로 위가 30배 가까이 커졌다”며 “의사인 나도 먹방 이후 위가 이렇게나 많이 늘어날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내내 속이 더부룩했다. 결국 저녁을 거르고 소화제를 복용했는데도 밤새 속이 불편했다. 보통 한 끼 식사가 위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3~5시간이다. 5인분을 먹었으니 위의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머문 시간도 몇 배 더 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날 아침 위 속에 음식물이 다 내려갔는지 배고픔이 유난히 심했다. 위가 크게 늘어났던 게 공복감을 더 느끼게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 청소년, 아동 먹방은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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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전(왼쪽), 후 (오른쪽) 입체 CT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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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5인분은 유명 먹방러들에게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양이다. 앉은 자리에서 10인분씩 먹는 건 문제가 없을까.

김진수 과장은 “위에 많은 양의 음식이 갑자기 들어가면 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먹방을 지속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외에도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울혈성 심부전증, 비만, 관절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잦은 폭식으로 늘어난 위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다음에도 그만큼 많이 먹는 악순환으로 위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아동들도 먹방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먹방은 더 치명적이다.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백정현 원장은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위산 분비가 적고 상대적으로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 설사를 유발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성인에게 잘 생기는 위염이나 위·식도 역류염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음식물을 소화하려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는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결국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감기 등 전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이나 아동들의 먹방은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실제 많이 먹어 숨진 경우도

지난해 미국의 19세 여성은 음식을 많이 먹은 뒤 위가 커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다가 위와 식도가 찢어져 숨진 일도 있다. 2016년 일본에선 20인분을 넘게 먹은 한 60대 여성이 평소보다 위가 40~50배 커져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눌러 혈류장애로 사망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형윤 교수는 “아이들의 먹방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영양불균형으로 인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단적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자해나 다름없다. 이런 방송이 온라인으로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 먹방러 중에는 마른 사람도 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많이 먹지만 구토를 통해 몸의 흡수를 막거나 격투기선수처럼 고강도 운동을 통해 들어온 칼로리를 다 소모하면 의학적으로 먹방을 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며 “또 먹방 날을 제외하곤 거의 굶거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갑상선 기능항진증, 결핵, 암 등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리만족 느끼려다 폭식할 수도


많은 시청자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먹는 것은 사람의 뇌에서 만족을 관장하는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며 “따라서 직접 먹지 않고 먹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먹방을 찍는 것뿐 아니라 먹방을 보는 일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먹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특히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튀김과 같은 고열량 음식을 보면 뇌의 보상중추가 굉장히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먹방을 본 뒤 바로 폭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먹방을 주기적으로 시청하는 아동에게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먹방을 좋아하는 아이는 먹방 시청 이후 해당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고, 이는 과도한 열량섭취로 인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자신도 먹방을 따라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이 길면 신체활동량이 줄면서 비만을 일으킨다”며 “가능하면 모바일 기기나 TV, 컴퓨터의 하루 사용 시간을 2시간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의 일부를 야외 활동 시간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