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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재건축 규제 늘자 다시 주목받는 신탁방식·리모델링… "문제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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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재건축 대신 신탁형 방식을 선택하거나 1대1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트는 정비사업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의 사업성과 공익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재건축 추진 전망이 불투명해진 여파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장미아파트는 최근 KB부동산신탁을 재건축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영등포구 광장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한동안 뜸하던 신탁형 방식 사업자 선정이 재개되는 것은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전 단계부터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 일몰제 시행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재건축이 점점 어려워지자 개발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활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하고 각 단계마다 동의서를 걷고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탁 방식은 부동산관리·개발 전문회사가 중심이 돼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추진위와 조합 설립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신탁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대신 재건축 기간을 1~3년 단축할 수 있다.

신탁 방식을 선택하면 ‘일몰제’를 피하기도 좋다.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르면, 추진위 구성이나 조합 설립 등 각 단계마다 일정 기한 내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관할 지자체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다. 재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추진위나 조합 설립에만 수 년씩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점을 감안하면 신탁형 재건축 사업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반 분양을 포기하고 1대1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조합원 수만큼만 집을 짓는 ‘1대 1 재건축’ 쪽으로 가닥을 잡고, 용적률도 180%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현행 주택법상 3종 일반주거 지역의 용적률 허용범위는 300%다. 이 단지는 공용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민들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용적률을 높이는 단지는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기 일쑤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비즈

삼성물산이 2014년 리모델링 사업을 마친 서울 강남구 ‘래미안 청담 로이뷰’ /삼성물산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 단계가 단순한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튼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9차 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이르면 이달 중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짓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쪽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남산타운, 신도림 우성1~3차, 문정 시영아파트 등 7곳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하고, 오는 6월을 목표로 ‘기본 설계 및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오래된 건축물은 지구 단위 재개발이나 단지별 재건축으로 다시 짓는 게 대세였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부분적으로 공사하는 리모델링 방식이 자원과 시간 절약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 사업이 어렵고 시설이 노후화된 주택의 성능을 개선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연구용역 등을 진행한 후 오래된 주거 단지를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 조례와 인허가 과정 등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모델링은 재정비사업의 비주류로 취급돼 관련 규제가 적은 편이다. 용적률 300% 제한을 받는 재건축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은 전용면적의 30%(전용면적 85㎡ 주택은 40%) 이상 증축할 수 있다. 전용면적에서 제외되는 발코니 확장 등을 포함하면 용적률 200% 후반인 단지가 실질적인 용적률을 50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진단 등급에 따라 층수를 높여 지을 수 있고, 가구 수도 15%까지 늘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용적률이 200% 미만인 대단지 아파트는 기부채납 등을 제하고도 일반분양 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210~300% 수준인 소규모 아파트는 공원이나 도로 등을 기부채납하면 비용 대비 수익이 예상보다 작아질 수 있다. 초과이익 금액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일부를 환수하는 재건축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도 아니다. 오래된 주거시설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민들의 선호도) 1순위는 일반적인 재건축 방식이지만, 단지 규모 등 면에서 재건축을 진행했을 때 사업성이 크지 않은 단지들은 2순위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신탁형 재건축은 조합 설립 등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인기가 높아졌지만, 지난해 재초환이 부활했기 때문에 앞으로 (재건축시장에서)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진행된 리모델링 사업 중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아파트는 강남구 ‘래미안 청담 로이뷰’다. 삼성물산이 청담두산아파트의 리모델링 시공을 맡아 지난 2014년 준공했다. 15개층짜리 건물을 지하2층~지상 16층으로 수직증축했다. 1층은 필로티 구조(piloti·기둥을 세워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해 만든 개방형 공간)로 만들었고, 가구 수도 동일하게 유지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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