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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인재'로 드러난 포항지진, 피해보상까지는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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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촉발지진' 해석 두고 논란 우려

입증책임 문제까지 겹치며 '특별법' 제정 추진

포항CBS 문석준 기자

노컷뉴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한 주택 모습(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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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인재(人災)'로 드러났지만 피해보상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조사단의 '촉발지진' 발표가 정부에게 면책권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어 소송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을 위해 지열정을 굴착하고 여기에 수백t 이상의 물을 강력한 힘으로 밀어 넣어 수리자극을 시행한 결과 소규모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응력(물질을 변형시키는 힘)이 임계상태에 있던 단층에 영향을 미쳐 포항지진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유발(induced)지진'이 아닌 아직 국제적으로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촉발(triggered)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촉발지진은 공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개념으로 지질학을 비롯한 자연과학분야 학자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연구단 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유발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너머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포항은 크고 작은 단층이 존재하는 곳인 만큼 지열발전이 없었다고 해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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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 에 참석한 포항 주민들이 결과발표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연구단은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가 땅속에 물을 주입하면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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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피해자인 포항시민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물 주입에 의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뜻하는 유발지진과는 의미가 조금 달라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법정싸움이 본격화되면 '촉발지진'의 해석을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지열발전정부합동조사단 시민대표 자문위원인 포항시의회 백강훈 의원은 "일부에서 촉발지진이 소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공지진으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나 법원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법률분과장인 공봉학 변호사는 "소송에 들어가면 촉발지진 부분은 소송의 주요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촉발지진도 유발지진에 포함되는 개념인 만큼 소송에서 승소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입증책임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현행 민법과 국가배상법은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 한해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다. 그러나 입증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포항시민들이 해야 해 정부 등을 상대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입증이 부족할 경우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는 이번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와 지열발전 사업자인 넥스지오가 지열 발전의 지진 촉발 가능성을 미리 알았는지 수사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김정재 의원을 비롯한 TK지역 국회의원들은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개정해 지열발전사업의 전반에 대한 조사와 정부 과실 및 책임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정재 의원은 "대표발의 할 예정인 '포항지진피해지원법'과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포항지진의 피해 배상이 법률로 보장돼 시민들이 소송으로 인한 어려움을 덜고 지열발전에 대한 책임 규명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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