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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르포]옛 술병, 희귀 포스터에 웃음꽃…우리술 체험공간으로 변신한 막걸리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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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 견학 프로그램 ‘주향로’…옛 광고 등에 추억여행

-재료ㆍ술 등 배관 이동으로 위생 강화

-자체누룩 사용 7일 발효…압착 과정서 약주ㆍ탁주 구분

-제품 공정은 자동화ㆍ육안검사 병행

헤럴드경제

[사진=국순당이 운영하는 우리술 역사ㆍ문화 체험공간 ‘주향로’를 탐방하는 참가자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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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횡성)=이혜미 기자] 서울을 벗어날 때 흩날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어느덧 진눈깨비가 됐다. 강원도에 들어선 것이 실감났다. 지난 15일 국순당이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 ‘주향로’에 참여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막걸리 향부터 먼저 반겨왔다.

주향로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이라는 의미로 국순당 횡성공장 견학로를 일컫는다. 2018년 한해 약 7500명이 이곳을 찾았다. 직전 해에 비해 약 5% 증가한 수치로, 입소문을 타고 매년 참가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날씨가 궂은 평일이다보니 참가자 수가 많지는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한 2개팀, 총 4명과 함께 주향로를 걷기 시작했다.

▶타임머신 탄듯…추억의 광고에 홀리다=우선 국순당 대표 제품인 막걸리 제품과 ‘백세주’ 용기ㆍ라벨 등의 변천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걷자 국순당 광고 모델을 거쳐간 톱스타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나타났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화장법과 경직된 듯한 포즈 등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백세주로 국론통일!’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로 돌아간 듯 투박한 문구의 지면 광고도 눈길을 잡았다. 이곳에선 국순당 제품 뿐 아니라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소주와 맥주병도 전시해 중장년층 관람객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순당 대표 제품을 시음해보는 시간을 끝으로 견학은 마무리됐다. 백세주를 포함해 젊은 세대 입맛을 겨냥한 ‘아이싱’과 ‘막걸리카노’,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1000억 유산균 막걸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맛보며 참가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견학 선물로 증정되는 백세주 두 병을 받아들고 주향로를 나섰다.

이날 만난 한창수 송호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는 학생들과 견학 전 사전답사 차 주향로를 방문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외식문화가 점점 발달하면서 주류와 음식과의 궁합인 ‘페어링’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달짝지근한 불고기에 백세주, 이런 식으로 (주류업계가) 페어링에 대해 보다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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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막걸리가 발효 중인 탱크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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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자체누룩으로 효율ㆍ품질 UP”=양조장까지 온 김에 기자는 따로 전통주 제조 공정도 둘러보기로 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띈 것은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색색의 배관이다. 술 제조에 필요한 주조 용수부터 완성된 술까지 모두 배관을 타고 이동된다. 재료와 술 모두 사람 손을 타지 않다보니 위생적으로 관리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양조 공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크게 탁주(막걸리)와 백세주로 대표되는 약주(맑게 걸러낸 술)로 구분된다. 공정을 살펴보기 전 들른 부원료 저장실엔 국순당이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 누룩이 포대째 쌓여 있었다. 전통주 업체 대부분이 사용하는 누룩은 일본에서 들여온 ‘입국’으로, 고두밥에 섞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국순당은 특허기술인 ‘생쌀발효법’을 활용해 술을 만든다. 자체생산 누룩이 입국보다 전분 분해 능력이 뛰어나 생쌀도 분해가 가능한 덕분이다. 허준원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장은 “고두밥을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원료 자체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7일간 발효…일정 온도 항상 유지=레시피에 따라 계량된 재료가 용수와 함께 발효 탱크로 자동 이동되면 본격적인 ‘술 담그기’가 시작된다. 발효 탱크는 개당 4만ℓ 크기 수준이다. 탱크 하나당 막걸리 15만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국순당은 84만ℓ 술을 동시 발효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본격 발효에 앞서 탱크의 4분의1 정도만 원부재료와 용수를 채워 효모를 활성화시킨다. 하루 정도 지나면 탱크를 가득 채워 본격적인 발효를 시작한다. 총 발효 기간은 7일 정도다. 발효 3일차 된 탱크 뚜껑을 열자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며 익어가는 막걸리가 보였다. 이 상태에서 알코올 도수는 12% 정도로, 4일차엔 14~15%, 7일차엔 18~19%까지 도수가 올라간다고 허 팀장은 설명했다. 발효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설정된 온도를 넘어서는 경우엔, 탱크 내부에 설치된 배관에서 냉각수가 돌아가도록 해 일정 온도를 항상 유지한다.

발효가 끝난 술은 뻑뻑한 상태로 이를 ‘술덧’이라고 부른다. 이 술덧을 꽉 짜서 맑게 걸러주면 백세주와 같은 약주가, 체에 걸러주면 다소 걸죽한 형태의 막걸리가 된다. 약주의 경우 여기서 4일 이상 더 숙성시켜 물 등을 섞는 제성(맛과 알코올 도수 맞추는 작업) 단계를 거치면 용기에 담기기 직전 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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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순당 생막걸리 용기를 육안검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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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로 안심 못해…육안 검사까지”=이어진 제품 공정도 용기 생산부터 라벨 부착, 용기 세척, 내용물 주입, 뚜껑 닫기, 제품 포장까지 대부분 자동화 설비로 이뤄졌다. 하지만 자동화 공정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혹시 모를 결함이 발견될라 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용기 생산 시 자동으로 검수가 이뤄지지만 혹시 모를 불량품을 걸러내기 위해 직원이 육안검사를 한번 더 실시했다. 또 내용물 주입 장비가 있는 공간은 클린룸으로 분리해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막걸리업계가 젊은층 입맛을 잡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노력하면서 침체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라며 “체험 프로그램 등을 보다 강화해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는 동시에 우리 전통술 알리기에도 앞장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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