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한용덕 감독, ‘왜?’ 지난 2월25일 돌연 베스트라인업을 발표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2월25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 연습경기 첫 승을 거둔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서 돌연 “오늘이 베스트라인업이다”라고 선언했다. 아직 시범경기는 물론 연습경기도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깜짝 발언. 승리에 고취된 단순 발언일 수도 있었지만 한 감독은 이후에도 작정한 듯 베스트라인업이란 말을 반복했다. 이후 경기, 훈련 때도 다르지 않았다. 한 감독은 질문이 나오면 연신 베스트라인업 구도가 나온 가운데 나머지 변수에 대해서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도가 아주 잘 짜여졌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내짓기도 했다.

2월25일 당시 한화는 삼성과 상대하며 1번 정근우(중견수)-2번 송광민(3루수)-3번 호잉(우익수)-4번 김태균(지명타자)-5번 이성열(1루수)-6번 하주석(유격수)-7번 정은원(2루수)-8번 최재훈(포수)-9번 이용규(좌익수)의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호잉 포함 무려 6명 이상이 소위 말하는 관록의 베테랑자원이었다. 하주석과 최재훈도 경험이 부족하다 꼽히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어린 정은원의 존재가 이질적인 느낌을 줬다. 한 감독이 생각했던 2019시즌 한화의 그림. 분명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매일경제

한용덕(왼쪽) 감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베테랑들이 주축이 된 베스트라인업을 발표했지만 최근 이용규의 항명 사태로 인해 여러 구상이 흐트러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시즌 경기 중 한용덕 감독과 이용규 모습. 사진=MK스포츠 DB


그랬던 한 감독의 베스트라인업 구상에 문제가 생겼다. 이미 2+1년 최대 26억원의 FA 계약을 맺은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가 돌연 반기를 들며 트레이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발칵 뒤집혔고 KBO리그 전체에도 큰 파장으로 번졌다. 선수는 3군 서산행 조치를 받은 가운데 한화는 후속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만큼 구단은 안팎에서 격앙된 분위기로 가득하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베테랑선수들을 여럿 떠나보낸 한화는 이번 비시즌 대외적으로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역점을 뒀다. 한 감독은 캠프 내내 의식적으로 베테랑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정근우와 김태균은 물론 이용규 포함 일찌감치 베스트라인업까지 밝히며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부경쟁을 그토록 강조하고 또 강조한 한 감독이 왜 돌연 캠프 중반 베스트라인업이라는 발언을 했을까 의문의 시선이 많았는데 그만큼 그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조치로 읽혀졌다. 물론 신인 6명을 캠프명단에 포함시키고 권혁을 전력외로 분류하는 등 세대교체 작업에 속도를 냈지만 베테랑을 내치거나, 기를 죽이는 발언 등은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듯 한 모양새였다.

그래서인지 구단 내부와 코칭스태프는 이번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는 팀 전력차원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잘 꾸리던 대외이미지 쌓기에 돌연 악재가 되고 말았다. 한화 전체가 이번 일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까닭이다.

한화는 조만간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대처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도 높은 징계가 유력하다.

단, 결과를 떠나 한 감독 및 구단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지난 캠프의 노력이, 선수 한 명으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hhssjj27@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