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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뉴스A/S] 유리벽 돌진해 죽는 새가 하루 2만 마리,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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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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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article/23409415

2만 마리가? 이건 거짓말 아니냐. 이렇게 죽는데도 (새가) 이렇게 많을 수 있냐. - love****


하루에 2만 마리.. 아니 우리나라에 새가 그렇게 많은가? 환경부 말이라면 도대체가 믿지를 못하겠음. - kcch****


지난 13일 ‘건물 유리벽은 새들의 무덤···오늘도 2만 마리가 돌진했다’는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가 연간 800만 마리에 이른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나간 이후 “인간들 때문에 애꿎은 동물들만 죽어 나간다”는 안타까운 반응과 함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반대로, 유리벽에 충돌하는 새의 개체 수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새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2만 마리나 되는 새들이 매일 유리벽에 부딪힌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800만 마리 어떻게 계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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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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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 숫자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걸까요?

연구를 진행한 국립생태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담은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수립’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건물 유리창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조류 피해를 전국 단위로 처음 산출한 보고서입니다.

연구진은 우선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의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 총 56곳에서 조류충돌 피해를 조사했고, 총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년 건물 유리창은 1동당 1.07마리, 투명방음벽은 1㎞당 164마리의 조류가 폐사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전국의 건물 수(712만 6526동)를 곱해 전체 피해 규모를 764만 9030마리로 계산한 것입니다. 투명방음벽 역시 총연장(1421㎞)을 곱했더니 23만 2779마리가 피해를 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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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와 까치가 조류 사체에 접근하는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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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조사자가 폐사체를 발견할 확률(발견율)과 폐사체가 사람‧동물 등에 의해 치워지지 않고 남은 비율(잔존율)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피해 규모가 실제 눈으로 확인한 조류 폐사체보다 많이 집계됐습니다.

다만, 통계학적인 방식을 적용하다 보니 수치에도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75% 신뢰수준으로 피해 규모는 최소 250만 마리에서 최대 3200만 마리에 이릅니다. 연구진은 이 중 중위값(764만 마리)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했습니다.

“작은 텃새가 피해…도심서 점점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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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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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를 총괄 진행했던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장에 물었습니다.



Q : 정말 유리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조류 개체가 이렇게 많나.



A : “사람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유리문을 못 보고 부딪히는 경험을 한다. 다만 인간은 잠깐 아프고 말지만, 새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와 부딪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를 정도로 훨씬 더 치명적일 뿐이다. 실제로 고작 50m 길이의 방음벽에서 56마리의 폐사체를 발견한 적도 있다. 폐사체를 고양이 같은 동물이 가져가거나 환경미화원들이 치우다 보니 일반 시민들의 눈에 잘 안 보이는 것이다.”




Q :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가 147만 마리라고 하는데, 1년에 800만 마리라는 피해 개체 수는 과장된 것 아닌가.



A : “유리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개체는 참새 같은 작은 텃새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에 이런 작은 텃새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 하지만, 고층 건물이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도시에서 새를 보기가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다른 국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추정하는데 캐나다의 경우 연간 2500만 마리, 미국은 3억5000만에서 9억9000만 마리가 희생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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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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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오히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증가로 인해 대형 투명 방음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이번 조사에서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투명 방음벽으로 인한 조류 피해는 오히려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지 같이 새들의 서식지 한복판에 세워진 유리벽도 새들의 무덤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고층 건물 2동에서는 연간 27~80마리의 조류 충돌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리에 점만 찍어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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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투명창 충돌에 대응하는 방법.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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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류충돌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5✕10 규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새들은 보통 각 패턴의 높이가 5㎝ 미만이거나 폭이 10㎝ 미만일 경우 그사이를 통과해서 날아가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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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는 수직 5㎝, 수평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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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칙에 따라 유리에 점(6㎜ 이상이 효과적)만 찍어도 조류 충돌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독자는 “우리 집 유리창도 (새) 2마리가 부딪쳐 죽었는데, 애가 만든 글라스데코 붙인 뒤로 괜찮아졌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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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금류 스티커가 붙은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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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같은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둔 방음벽도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유리창 한 군데에만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둔 것은 유리창 충돌을 예방하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새로 방음벽을 설치할 때 일정한 간격의 무늬를 적용하는 등 조류 충돌 방지 조치를 의무화한다고 하니, 인간이 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봅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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