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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정신병원 갈 정도로 압박” 피해자 합의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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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감사로 드러난 한체대 비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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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빙상계의 ‘대부’로 불렸던 한국체육대 빙상부 전명규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정부 감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특히 전 교수는 조 전 코치의 지인에게 “피해 학생을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압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한 한국체대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 교수의 전횡과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세간에 폭로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감사에서는 한체대 다른 교수들의 전횡과 비리도 줄줄이 확인됐다.

○ 전명규 ‘비리 종합세트’ 사실로

교육부 감사 결과 전 교수는 실내 빙상장 라커룸에서 폭행을 일삼은 조 전 코치 사건을 덮기 위해 폭행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빙상연맹 특정감사에도 출석하지 말라고 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의 동생도 쇼트트랙 선수인 점을 악용해 어머니에게 합의를 강요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주로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등 진로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했다. 체육계 성폭력 사태가 터지고 교육부 감사가 진행된 1, 2월까지도 피해자들을 만나 압박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훈련 용도로 협찬 받은 4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또 국유재산법에 따라 입찰 절차를 거쳐야 쓸 수 있는 한체대 빙상장 시설을 자신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 빙상훈련팀에 수년간 공짜로 대관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대한항공 빙상팀 감독에게 연락해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면접 지원자 정보를 건네며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고 청탁을 한 사실도 적발됐다.

○ 학생 돈 뜯어낸 체육교수들

전 교수 외에 한국체대 다른 교수들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이클부 C 교수는 추석 명절 등에 학부모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20만 원을 받았다. 볼링부 A 교수는 국내외 대회와 훈련에 여러 차례 참가할 때마다 대학에서 지원되는 예산과는 별도로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를 받아 챙겼다. 1인당 국내에선 25만 원, 해외에선 150만 원 선이다. 이렇게 걷어 들인 돈은 총 5억8950만 원에 이른다. 해당 교수는 이 돈을 아무런 증빙자료도 없이 사용했다.

B 교수는 교육부의 감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실제 낸 돈보다 적게 냈고, 그 돈을 주장 학생이 관리한 것처럼 말하라”며 허위 진술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감사 결과 그는 학생들이 낸 돈 중 약 1억 원을 훈련지에서 지인과의 식사에 사용하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 교수 등 교직원 35명의 징계를 한국체대에 요구하고 12명은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전 교수 제자들이 특혜로 사용한 빙상장 사용료 등 5억2000만 원은 회수조치 했다.

○ 연세대 체육특기자 선발도 문제 드러나

이날 교육부는 지난해 연세대 수시 모집에서 아이스하키 특기생 합격자가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도 발표했다. 체육특기생 평가위원 3명이 1단계 서류평가에서 평가기준에 없는 ‘선수 포지션’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실적이 떨어지더라도 포지션을 고려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평가위원 1명은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126명을 70여 분 만에 평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원자 한 명을 평가하는 데 30초 정도 걸린 셈이다. 교육부는 평가위원 3명 등 교직원 9명에 대해 경징계 및 경고를 연세대에 요구했다. 하지만 앞서 제기된 ‘사전 스카우트’나 금품 수수, 전·현직 감독의 영향력 행사 관련 의혹은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면서 이 부분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