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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말레이서도 인니어 인사" 외교결례 더 불지른 김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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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결례 논란에 “문제 없다” 해명

전문가 “소르·프탕 다른 뜻” 지적

말레이시아 문예원장도 “부적절”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현지어 인사말에서 불거진 외교 결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KBS 보도를 인용하며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표현을 말레이시아에서도 쓰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며 별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20분쯤 시작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슬라맛 소르”라고 인사말을 했다. 그러나 이는 인도네시아의 오후 인사여서 말레이시아어로는 “슬라맛 프탕”이라고 해야 옳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로 “슬라맛 소레”의 영어식 발음으로 알려졌다.

전날 KBS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두 나라 사전에는 ‘프탕’과 ‘소르’가 동의어로 나온다”며 “말레이시아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말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회화적인 표현의 차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외교 결례라는 지적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21일 문의한 전문가들은 ‘소레’라는 단어는 말레이시아어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답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8년간 유학했다는 고영훈 한국외대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레를 안 쓴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고 학장은 전날 본인이 직접 말레이시아 문예진흥원장에게 문의한 결과 ‘슬라맛 소르’라는 문 대통령 인사말은 “적절하지 않다”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박광우 부산외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어과 문학사 트랙 교수도 “원어의 원류는 같아도 말레이시아랑 인도네시아랑 쓰는 단어가 다른 경우가 조금 있다”며 “프탕과 소레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이 말레이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확한 것 같다”며 “말레이에서는 프탕이란 단어를 쓰는 게 맞고, 소레는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단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슬라맛 소르’라고 해도 말레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알아들을 수는 있겠지만 쉽게 쓰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사이버한국외대 베트남·인도네시아학부 교수는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 사전에 모두 두 단어가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프탕이란 표현을 잘 안 쓰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레라는 표현을 잘 안 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흔히 프탕은 말레이시아어 표현으로, 소레는 인도네시아어표현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설명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 부대변인은 20일 “대략 7~8명의 사람에게 확인한 내용”이라며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동포간담회와 그 다음 국빈만찬 때 썼던 ‘슬라맛 프탕’은 오히려 ‘슬라맛 말람’으로 쓰면 더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문 대통령이 저녁시간 때 열린 행사에서 ‘슬라맛 프탕’이라는 오후 인사를 한 건 실수였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론이다. 하지만 고영훈 학장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해가 진 후에 네 번째로 하는 기도를 ‘마그립’이라고 하는데 해가 진 후에 하는 인사는 ‘말람’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말레이시아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오후 7시14분쯤 “슬라맛 프탕”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13일 오후 8시8분에 시작한 국빈 만찬에서도 답사를 하며 “슬라맛 프탕”으로 인사했다. 12일과 13일 쿠알라룸푸르의 일몰 시각은 모두 오후 7시25분이었다. 문 대통령이 13일 만찬에서 “슬라맛 프탕”이라고 한 것은 “슬라맛 말람”이 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이주영 교수도 “사전을 보면 ‘프탕’은 해가 지기 전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어떤 사전에는 ‘오후 6시59분까지’ 쓰라고 돼있다”며 “그래서 사전적 정의로 보면 적절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문희·임성빈·이우림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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