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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앵커브리핑]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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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최린, 아니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 가야마 린 (佳山麟).

항일은 짧았고, 친일은 길었습니다.

그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기미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하였으나 몇 년 뒤 변절하여, 친일의 길로 나섰습니다.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와 총독부 어용 기관지 사장을 거쳐 '조선 임전 보국단' 단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친일파.

해방 이후, 그는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 즉, 반민특위의 심판을 받게 되었지요.

당시 재판정에 선 그에게는 최소한의 염치가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내 사지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찢어 달라. 그리하여 민족의 본보기로 삼아 달라"

노덕술, 일제강점기 고등경찰이었던 자…

독립운동가를 가혹하게 고문하고 탄압한 자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반성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민특위가 황망하게 해산되면서 그는 도리어 경찰로 복귀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 시기에 공로를 세웠다 하여 세 차례 훈장까지 받았고 지금까지 훈 포장은 취소되지 않았다 하니 그의 일평생은 명예롭고 당당했을 것입니다.

반민특위가 억지 해산된 지 올해로 70년.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

"대한민국 지성의 우려를 대변한 것"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그 이름은 정치의 언어로 옮아가 논란이 됐습니다.

반민특위가 논란이 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그늘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더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사지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찢어달라. 그리하여 민족의 본보기로 삼아달라"

그의 본심이 정말로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그의 참회가 회자되는 이유는…

적어도 재판정에서의 그는 뒤늦게라도 자신의 행위를 시인하고 눈물로 참회했기 때문이겠죠.

끊임없는 자기변명과 합리화로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던 자들.

"친일은커녕, 소신껏 조선인의 긍지를 지켰다"

- '매관자본가' 박흥식

"공산당 타도해 독립운동 토대 닦았다"

- '일제 밀정' 이종형

"3.1운동 당시 우리 집에서도 만세를 불렀다"

- '중추원 참의' 김태석

특위가 해체됨과 동시에, 그들은 긴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을까…

그러나 역사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으니 함께 재판을 받던 이광수가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한 것" 이라고 주장하자…

한때의 가야마 린, 최린은 다음과 같이 일갈하였다고 세간에 전해지는데…

원래 도는 말보다는 좀 정제해서 전해드립니다.

"그 입 다물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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