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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약고’ 신장 위구르, 미·중 갈등 또 다른 ‘뇌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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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교육 수용소 ‘인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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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지난해 9월 열린 중국 당국의 신장지역 위구르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수용소 즉각 폐쇄’ 문구가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홍콩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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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일대일로’의 요충지…분리 독립 세력 저지하려 집단수용소에 100만명 ‘강제 구금’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회 결의안 발의…중 “내정 간섭” 반발, ‘미 인종차별 보고서’ 맞불


‘안전 품질 초심을 잃지 말자’ ‘책임과 사명을 마음에 새기자’ 같은 구호가 나부끼는 중국 신장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 직업훈련소로 위장하고 위구르인과 무슬림 100만명을 가둔 이 수용소들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양국 간 오랜 쟁점인 인권침해가 위구르 문제로 일주일 새 급격히 끓어오르고 있다.

도화선은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다. 종교와 민족 정체성을 없애기 위한 수용소에 8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임의로 구금했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은 인권침해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고 직격했다. 이튿날 미국 의회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권유린 인정과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14일 미국의 인종차별, 아동 안전 우려, 성차별이 심각하다며 ‘2018 미국의 인권 기록과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냉전 사고를 버려라” “내정 간섭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국무원은 18일에는 ‘신장 반테러·극단주의 척결 투쟁 및 인권보장’ 백서를 발표하고 5년간 해당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1만2995명을 검거했다고 주장했다. 또 “극단주의적 사고에 영향을 받은 이들만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며 재교육 수용소가 교화시설임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며 베이징 주재 유럽국 외교관들을 신장 위구르에 초청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현장을 보여주며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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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산(天山)산맥과 파미르고원이 관통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수세기 동안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로였다. 중국의 점령과 독립을 반복하다 1885년 청나라에 완전히 복속됐다. 이후에도 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고 1944년 신장 북부에 민족국가인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이 수립됐다가 1949년 병합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한족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본격적인 중국화 작업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 서부대개발을 내세워 고속도로, 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한때 75%에 달했던 위구르족은 48%로 줄어들었다.

위구르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슬람교와 위구르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1980~1990년대 민족 차별과 불평등에 반항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이 강경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붙어 있는 티베트 지역에서 1987~1989년 독립요구 저항 운동이 일어났고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톈안먼 사태, 1991년 소련 붕괴를 지켜본 공산당이 대응 수위를 최고치로 올렸다. 국제앰네스티는 1997~1999년 최소 190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구르인들의 독립운동도 폭력적으로 변했다. 2009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분리 독립 요구를 중국이 강경 진압하면서 197명이 숨졌다. 2013년 베이징 톈안먼 앞 자동차 테러와 31명이 숨진 2014년 쿤밍역 흉기 테러도 위구르인의 테러 사례다. 티베트 독립운동이 비폭력적 방식인 반면, 위구르족의 경우 무력투쟁 방식이어서 중국 당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화약고’로 변한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탄화수소 매장량의 25%, 석탄 매장량의 35%가 있다. 시 주석이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의 요충지다. 2016년 취임한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는 공포 통치 수위를 높였다. 집단수용소를 확충해 현재 150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늘렸다.

지난해 8월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1000개 넘는 수용소가 있다. 재판 없이 구금된 위구르인들은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육체적·정신적 고문도 자행된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어 대신 중국어를 가르치고 유교, 사회주의 등을 반강제로 주입시키면서 문화 말살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 문화신학대학원의 아드리안 젠즈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문화적 대량학살의 조직적 캠페인”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위구르 인권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미·중 간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남중국해, 일대일로 등을 두고 중국을 비판하고 압박했지만 소수민족 탄압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서방이 이 문제에 개입할 경우 가뜩이나 과격해지는 위구르 독립 투쟁에 불을 지펴, 정정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미국이 위구르 문제를 이유로 제재에 나서고 중국이 반격한다면 미·중 갈등은 꼬일 대로 꼬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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