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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금수저여서 ‘꿀보직’ 복무하는지 궁금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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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의경 일기’ 낸 대학생 금중혁씨

‘삼수 합격’ 직후 부친 금태섭 의원 당선

2016년 7월부터 639일 날마다 ‘기록’

촛불부터 탄핵·사드까지 ‘방패잡이’



한겨레

‘금수저’는 흔히 ‘부모 잘 만나 태어날 때부터 잘 먹고 잘사는 2세’를 칭한다. 최근엔 수저 계급론에 따른 ‘흙수저’와 대비되면서 ‘부모나 집안의 위세를 믿고 온갖 갑질이나 특혜를 누리는 특권층 아이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 그런데 아예 ‘금수저’를 자처하며 일상과 생각을 당당히 드러내는 청년이 있다. <금수저 의경일기>(눌민 펴냄)를 쓴 복학생 금중혁(25)씨다.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그에게 책 제목의 사연부터 들어봤다. “워낙 ‘성씨’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라고들 놀렸어요. 그런데 2015년 말부터 의경 시험에 두 차례 낙방하고 삼수 만에 2016년 7월 입대일을 받았는데, 4월에 아빠가 돌연 고위 공직자가 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금수저가 된 거예요.”

‘그 아빠’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서울 강서갑구) 의원이다. 실제로 2016년 4월 총선 때 그는 아버지의 선거캠프에서 ‘말머리’ 가면을 쓰고 운동에 나서 이미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정치인 아들 8년 차. 아버지의 취미(이자 직업) 덕분에 환각을 보는 지경까지 몰린 적도 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딴 글을 쓰고 있었다. 대신 그 덕분에 아주 범상치 않은 군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전공은 생명과학. 취미는 파충류 돌보기, 홈 베이킹, 덕질에 이어 최근에는 운동에 꽂혀 하루에 턱걸이를 100개씩 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자 25개국을 넘게 여행했고 선거캠프 두 곳에서 굴렀지만 역시 집에서 혼자 노는 게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 요약하자면, 어디에나 있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청년. 185(키), 복근 탑재.’

필자 금씨가 책날개에 스스로 적어놓은 소개서다. 그런데 왜, 어떻게 책을 내게 됐을까. “입대 전후로 다들 그랬어요. ‘너는 아빠 덕에 꿀보직을 받아 편한 곳에서 편하게 있다 나올 것이다’. 심지어 금 당선인에게 정색하고 물어봤어요. ‘원래 사바사바 못 하는 집안 내력에다가 너무 유명해서 더더욱 불가하다’고 딱 자르더군요. 그래서 입대해보면 실제로 어떤 대접을 받는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입대 직후 ‘우병우 아들 운전병 특혜 논란’까지 터졌어요. 매일 일기를 써서 겪은 대로 보여주기로 했죠.”

2016년 7월 14일 입대해 ‘89번 훈련병’으로 신고한 그는 서울 양천구 까치산 부근의 기동대에 배치되어 639일(21개월) 복무했다. 공교롭게도 그 기간 금씨는 책의 부제처럼 ‘사드에서 촛불까지, 좌충우돌 빡빡이 방패잡이의 난중일기’를 쓰게 된다. 2016년 9월 25일 농민 백남기씨 추모 시위와 부검 저지 시위 출동부터 광화문, 종로, 대학로, 국회의사당, 여의도 벚꽃축제, 사드 배치 시기의 성주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 현장을 방패를 들고 지켜봤다. 그 백미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총연합 시위 현장에서 방패잡이 아들을 찾아낸 금 의원이 페이스북에 ‘#조금만 기다려라 아빠가 얼른 탄핵해줄게’라고 올린 것이다. 제대 말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도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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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빽 경험담’이나 ‘하소연’을 듣긴 했지만, 직접적으론 특혜도 불이익도 겪은 건 없어요. 다만, 입소하자마자 의무적으로 적게 하는 ‘금수저 연줄 찾기’ 같은 신상 조사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 직업은 물론 직함, 여자친구 여부, 군대 내 지인 직함이나 연예인 친구 여부까지 시시콜콜 적게 하고, 사실상 공개하니까요.”

책의 출간을 누구보다 반대하던 금 의원과 담판 지은 뒷얘기가 흥미롭다. “출판사 몇 군데에 원고를 보내서 객관적인 판단을 따르기로 했어요. 다행히 한 군데서 ‘의경지망생 필독서’로 추천받았죠.”

검사 출신의 변호사이기도한 금 의원은 마지못해 원고를 검토해 명예훼손 우려 등 법률 감수를 해주었단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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