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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분석]하이퍼루프 연구 빠르지만 본격화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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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00㎞. 현재 고속철도로는 상상도 못할 속도를 내는 신개념 운송수단 연구가 한창이다. 빠르면 20분, 역 정차를 고려해도 한 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속도다. '하이퍼루프'가 그 주인공이다. 하이퍼루프는 마찰과 공기저항을 없애 전에 없던 속도를 낸다는 개념이다. 이미 선진국과 거대 자본, 신생 스타트업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기술 개발 성과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퍼스트 무버'로 치고 나가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이퍼루프는 지난 2013년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초고속 교통시스템 개념이다. 공기부상이나 자기부상 방식으로 운송체를 띄워 공기를 뺀 원통형 튜브 안에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당시 일론 머스크가 최고시속 1220㎞ 구현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면서 관련 연구에 세계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론 머스크 이전에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4년여 앞선 2009년 1월부터 '초고속 튜브철도 핵심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하이퍼튜브(HTX)'로 이름 붙인 국내 하이퍼루프 운송 시스템 개발의 시작이었다.

기초 연구였지만 성과도 거뒀다. 철도연은 만 3년 연구 끝에 2011년 10월 52분의 1 축척, 0.2 기압 튜브 주행 실험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행했다. 이 결과로 1㎏ 미만 모형 운송체를 700㎞까지 가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초전도 부상시스템 기초연구와 고강도 콘크리트튜브 제작, 통기성 시험도 연구기간 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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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철도연과 한국기계연구원이 2013~2015년 '초고속 자기부상철도 핵심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시속 550㎞급 초고속 자기부상철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HTX에 쓰일 부상 기술과 추진 기술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부상전자석과 제어시스템, 선형동기모터(LSM) 추진 시스템을 이때 만들었다.

2016년부터는 철도연이 기관 직접비를 들여 6개 HTX 핵심요소기술을 개발하는 중장기 연구를 시작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비슷한 시기 연구에 뛰어들어 자체 개발한 '유 루프(U-Loop)'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이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수준에 비춰보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벌써 상용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수많은 기업과 기관이 연구에 매진, 한 발 앞선 성과를 내놓고 있다.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이미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500m가 넘는 터널을 뚫고 모의주행을 하고 있다. 글로벌 항만기업인 DP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 인도 내 상용화를 예고했다.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는 지난해 10월 실제 크기 하이퍼루프 캡슐 시제품을 공개했고, 중국도 기술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들은 연구능력도 뛰어나지만 막대한 자금력으로 성과 창출을 앞당겼다. 대부분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제안한 후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무기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도 HTX 연구 국가 연구개발(R&D)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철도연 주관으로 기계연, UNIST,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과학기술전략연구소,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정부 국비 지원으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관련 기획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획연구는 국가 R&D 도출에 앞선 '마중물' 성격의 과제다. 향후 국가 R&D 사업에 앞서 연구 배경과 필요성, 연구 수행 방법, 경제·기술 타당성, 사회 효과를 구체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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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가 선보인 유루프(U-Loop)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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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제 HTX 국가 R&D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획연구 창출도 '3수' 만에 얻은 기회다. 철도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은 지난 2016년부터 HTX 국가 R&D화를 추진한 끝에 기획 과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순탄하지 않다. 시범노선 건설과 같이 막대한 예산이 드는 세부과제도 포함하고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불가피하다. 대략적인 예산 추정치는 1조원을 넘는데, 예타 기준은 전체 사업 규모 500억원 이상이다. 예타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성평가, 추가 타당성 검토 과정까지 진행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HTX가 실제로 국가 R&D 사업이 돼 지원을 받으려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철도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은 기획연구를 착실히 진행하면서 최대한 마무리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조금이라도 연구 국가 R&D화를 앞당기겠다는 생각이다.

이관섭 철도연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HTX 연구는 본격화에 많은 난관이 있지만, 향후 세계 산업 여파를 고려할 때 꼭 수행해야 할 사업”이라며 “조금이라도 빨리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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