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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복장· 직급 파괴바람 … 권위 빼니 회의실이 시끌시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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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회의문화 조성에 긍정적 역할…직급 눈치 안보고 의견 자율 개진

ICT 업계 "자유로운 사고로 창의적 사고에 도움돼"

포스코·한화 등 직급폐지 후 과거로 회귀…"대외소통 어려워"

CJ·SK 등 그룹 총수가 수평문화조성 주도…"최고경영진 의지가 중요해"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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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철근 김미경 송주오 기자] 재계 전반에 호칭· 복장·직급 파괴바람이 거세다. 변화를 통해 임직원의 사고를 변화를 유도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고 기업이 원하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00년을 전후로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ICT(정보통신기술)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CJ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유통 대기업들이 호칭의 변화를 주도했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이름 뒤에 ‘님’자만 붙여 수평적 문화를 강조했다. 이재현 회장도 사내에서는 ‘이재현님’으로 부른다. 아모레퍼시픽도 2002년부터 ‘님’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이 2006년부터 직급을 폐지하고 ‘매니저’라는 직책을 부여하면서 직급파괴 바람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했으며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부터 직급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임직원간 호칭도 ‘님’과 ‘프로’ 등으로 사용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도 이달부터 복장 자율화를 실시한 데 이어 직급 폐지까지 추진하면서 기업문화의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직급이 깡패는 옛말”…수평적 , 자율적 문화 만들어

그렇다면 호칭· 복장·직급 파괴바람이 불러온 회사 내 긍적적인 변하는 무엇일까. 먼저 호칭·직급을 파괴하면서 회의문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에는 타부서간 회의를 하다가 직급이 높은 사람이 있는 부서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매니저’나 ‘님’ 등의 호칭을 사용하면서부터는 편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게 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젊은 직원들의 경우 상대방의 직급에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올해부터 도입한 TL(테크니컬 리더)이라는 호칭이 아직 부자연스럽기는 하다”면서도 “직원들끼리 상하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복장 자율화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IT 업계 관계자는 “자유로운 복장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그러다 보니 수평적 조직문화로 책임감 속에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진희(38·남)씨는 “과거처럼 수직적인 조직구조에서는 소위 ‘꼰대’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자율적, 능동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된다는 타성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사내에 큰 변화 못줘’...예전 직급체계로 돌아가기도

다만 호칭이나 직급 파괴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효과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몇몇 기업들은 예전의 직급체제로 다시 돌려놓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었지만 실제로 회사생활의 변화가 없다는 직원들의 반응이었다”며 “더 쉽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면 익숙한 직위 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외부 고객사가 겪었던 직위 혼란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무늬만 바뀐 채 실제적인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한 직원은 “호칭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없다”면서도 “겉으로 호칭만 바뀌고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 있어서는 과거 연공서열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대리, 과장 등으로 승진하면 승진에 따른 보수인상이 있었지만 직급을 단순화하다보니 이같은 임금인상 요인이 사라졌다고 불평하는 직원들도 있다.

◇‘무늬만 수평’ 안되려면 최고 경영진 의지 중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호칭·복장·직급 파괴 등이 시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CJ그룹이나 SK그룹이 대대적으로 호칭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이재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 H사는 지난 2014년 호칭을 직급 대신 ‘님’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기존 직급체계에 익숙했던 고위직들은 거부감을 나타내 임원들에게는 과거처럼 ‘△△△ 상무님’이라고 불렀다. 이후 외국계기업 출신의 최고경영자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에야 원래 취지대로 대표이사부터 직원까지 모두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원은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위해 호칭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창의성을 중요시함에 따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제도를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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