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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게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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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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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하루에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날은 2000년 4월 17일이다. 무려 11.6% 하락했다. 바닥에 도달할 때까지 8개월이 넘게 걸렸는데 이렇게 혼란한 와중에도 주가는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6월에 상승을 시작해 한 달 사이에 30% 가까이 오르는 반등이 중간에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고 짧은 시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다 보니 반등의 힘이 작용한 덕분이었다.

주가가 두 달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시장이 특히 많이 강해 20% 넘게 올랐다. 나스닥 지수만 보면 새로운 상승이 시작된 게 아닌가 기대될 정도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아직 대세 전환을 얘기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번 상승은 과거 경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진국 주가가 10년 가까이 상승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주가는 결국 오른다고 믿게 됐다. 그 덕분에 시장이 조금만 하락해도 매수가 들어와 주가가 다시 오르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그 힘이 작용한 건데 이미 주가 수준이 높아진 만큼 반등의 힘이 점차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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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동력도 재정비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상승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게 또 하나의 동력이었다. 그사이 경기는 악재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 경제 변수가 주가보다 느리게 움직이면서 둘 사이에 공백이 생겼는데 이 틈에 주가가 올랐다. 속도가 느리긴 해도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공백이 조만간 메워질 걸로 전망된다. 그때부터 경기 둔화가 주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다.

2017년 중반 이후 미국 시장이 옆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그 사이 주가가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넘기도 했지만 힘이 과거만 못했다. 이전에는 최고치를 경신한 뒤 상승 속도가 빨라진 반면 지난해에는 최고치를 경신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하락했다. 앞으로 우리 시장 향방은 미국 시장에 달려 있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을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직전 고점인 225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미국시장이 최고치 경신에 실패할 경우 코스피 반등도 2200 정도에서 끝날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보다 누르는 힘이 더 강하다. 1분기 기업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반도체의 이익이 지난해와 견줘 절반 밖에 되지 않을 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제만으로는 주가가 내려가는 걸 막기 힘든 상태다. 시장의 기본 바탕이 좋지 않은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가를 만드는 요인 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게 투자자들의 기대다. 상승이 오래 지속될수록 한쪽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반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게 맞을 것 같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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