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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포스트 차이나` 인도시장 못잡으면 끝장…고삐 죄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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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車업계 생존경쟁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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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섰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 확보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최근 현대·기아차 분위기를 보여주는 말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격변의 풍랑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거점 이동, 미래차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 강화 등 근본적 변화에 착수했다. 그룹 생존이 달린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혁신 폭과 범위가 광범위하고,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그룹 내부에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야 한다"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어록이 다시 회자될 정도로 팽팽한 생존의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가동률이 바닥으로 떨어진 중국 공장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시설이 낡고 노후된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조만간 중단하기로 하고 직원 약 2000명에 대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2017년 발생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좀처럼 판매가 회복되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거쳐 생산·판매 전략을 새로 짜는 등 전열을 정비해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중국에서 신형 싼타페·쏘나타·ix25·K3·KX3 등 전략 차종을 대거 출시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며 "중국 공장 수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동률과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 시행에 맞춰 지난해까지 2종에 불과했던 차종을 올해 5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사업 여건이 만만치 않은 중국에 비해 인도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1998년 9월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시에 첫 해외 공장을 세웠다. 2008년 2월에는 2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가며 연간 70만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까지 인도에서 800만대 이상 생산했고, 560만대 이상 판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55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아차도 올 하반기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연 30만대 규모 완성차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올 초 현대차는 인도 공장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5만대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인도 공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인도 카 셰어링 운영업체인 레브(Revv)와 제휴해 현지 카 셰어링, 렌터카, 차량구독(서브스크립션)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카 헤일링) 기업 올라(Ola)에 총 3억달러(약 3384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인도 모빌리티 1위 업체인 올라와 협력을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 노력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올해부터 5년간 45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 미래기술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기술 분야 총 투자 예정액 14조7000억원 중 6조4000억원을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배정해 눈길을 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투자 설명회에서 "그랩, 레브, 미고 등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자체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기업에 완성차를 공급하고, 소비자들이 현대차가 만든 통합 플랫폼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필요한 차량을 호출하고 빌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FCEV) 개발·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FCEV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수소차 R&D에만 7조6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수소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이르고,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감소가 적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부품 국산화율이 높고, 감소율이 낮아 협력 부품사 일자리도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인력·설비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더딘 측면이 있다"며 "향후 수년간 국내 공장에서 정년퇴직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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