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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性·인종·종교…`벽`을 깨는 女 골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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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히잡을 쓰고 네브래스카대 선수로 활약하는 이집트 이민자의 딸 누어 아메드. [사진 제공 = 골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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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20일(현지시간)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시리즈인 '드라이브 온(Drive On·계속 나아가다)'을 공개했다.

21일부터 뱅크 오브 홉스 파운더스컵이 열리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에서 베일을 벗은 45초짜리 광고 영상에는 브룩 핸더슨(캐나다), 리젯 살라스(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유소연 등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출연해 70번째 시즌을 맞은 LPGA가 과거를 끌어안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영상을 본 '여자 골프의 전설' 낸시 로페즈(미국)는 감격에 겨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인 골프에서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따돌림받았던 여자 골퍼들이 그들의 도전을 막았던 벽을 하나둘씩 무너뜨리고 있다. 여성 회원을 허용한 게 7년밖에 안 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는 올해 마침내 여자 골프대회가 열린다.

프로대회도 아니고 기껏 아마추어 여자 대회, 그것도 최종일 하루만 코스를 허용하지만 마스터스가 열리는 '꿈의 코스'에서 여자 선수들이 그들만의 샷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과거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오랜 세월 미국 남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여성 골퍼들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골프장 설립자이자 '구성'으로 추앙받았던 보비 존슨(미국)은 사실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가 남긴 "골퍼는 백인,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는 말은 오랫동안 골프장 관리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거스타가 흑인 회원을 받아들인 건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를 제패하기 7년 전이었고, 여성을 회원으로 인정한 것도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에 불과하다.

대회명은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 대회지만 대회 최종일인 3라운드만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다. 1·2라운드는 인근 챔피언십 리트리트 골프코스에서 치러지고 컷을 통과한 30여 명만 아멘코너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대회를 1주일 남겨놓고 치러지는 만큼 완벽한 코스를 '사수'해야 하는 오거스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때마침 히잡을 쓰고 미국 대학골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자 골퍼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골프월드에 소개된 누어 아메드는 이집트 이민자의 딸로 네브래스카대 링컨 캠퍼스 골프 선수로 뛰고 있다. 8세 때 골프를 시작한 아메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히잡을 쓰고 골프를 했고 프로골퍼를 꿈꾸지는 않지만 지금은 대학 골프팀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종차별 탓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던 아메드는 어린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인성 교육을 하는 '퍼스트 티(First Tee)'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히잡은 눈에 확 띈다. 하지만 내가 고정관념을 깨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한 아메드의 작은 외침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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