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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원숭이 소리’낸 인종차별 축구선수… SNS 통한 피해자 고발에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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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레이디스 르네 헥터, 트위터에 피해 사실 알려

FA 조사 끝 가해선수 징계… 본인은 “억울하다”
한국일보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토트넘 레이디스의 르네 헥터(윗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손흥민과 함께 지난 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재단에서 주최한 국제 여성의 날 기념 장애 여자 아동 선수들을 위한 트레이닝 세션에 참가한 모습. 토트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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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원숭이 소리를 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아무도 모른 채 지나갈 뻔했던 사건이 피해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벌어졌다. 잉글랜드여자축구 2부리그 토트넘 레이디스의 수비수 르네 헥터(23)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전히 축구계에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상대 선수가 나에게 원숭이 소리를 냈다”는 글을 게시했다. 헥터는 당시 “SHEvTOT”라는 해시태그로 해당 행위를 한 선수의 소속팀이 셰필드 유나이티드 우먼임을 암시했다. 해당 게시글은 1,500여 회 이상 공유되며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토트넘은 헥터의 문제 제기에 즉각 반응했다. 헥터가 당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정식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FA도 “신중하게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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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유나이티드 우먼의 소피 존스. 셰필드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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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달간의 자체 조사를 마친 FA는 20일(현지시간) 해당 인종차별 행위를 한 선수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소피 존스(27)라고 밝혔다. FA는 존스에게 E3(1) ‘가중 침해’ 조항을 근거로 5경기 출전 정지 징계와 함께 200파운드(약 30만원)의 벌금 처분과 교육 이수 명령을 내렸다.

헥터는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FA의 조치를 환영하며 “누구도 피치 안이든 밖이든 인종 차별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도 공식 성명을 내고 “FA의 결정을 환영하며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영국의 축구계 차별반대단체인 킥잇아웃(KickItOut)은 “이번 조치는 여자든 남자든, 어느 레벨이든 상관없이 차별이 일어났을 경우 그것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며 “우리는 헥터와 그녀의 동료들을 지지하며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들의 사례를 따를 수 있도록 힘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존스는 징계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존스는 “나는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FA가 사건과 증거에 대한 재확인 작업 없이 2명의 목격자 증언만으로 그런 판단을 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자신이 신뢰하지 못하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셰필드도 존스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한 상황이다.

한편 공교롭게도 토트넘 레이디스의 다음 경기 상대는 셰필드 유나이티드다. 양 팀은 24일 리그에서 맞붙게 됐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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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헥터가 지난 1월 7일 트위터에 자신이 인종차별을 당했음을 고백하는 글을 게시했다. 르네 헥터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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