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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국, 러시아 동서 국경에서 ‘핵폭격기’ 시위…‘신냉전’ 도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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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극동·유럽에서 동시 B-52 비행훈련

극동에선 괌에서 이륙해 캄차카반도까지

유럽에선 영국 이륙해 발트해 거쳐 지중해로

INF 조약 파기 앞 러 견제…‘신냉전’ 도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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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 견제를 위해 극동과 유럽 양쪽 방향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를 출격시켰다. 미국이 냉전 시기 미-소 핵무기 경쟁의 상징인 B-52를 띄워 러시아를 압박한 것은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이후 도래할 ‘신냉전’을 예고하는 의미심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군 유럽사령부와 인도·태평양사령부는 18일(현지시각)과 20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어 “미국 공군의 B-52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유럽사령부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책임 영역에서 미국의 동맹과 동반자들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을 분명하고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동시 훈련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사령부는 구체적 훈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와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H가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 동시에 전구(theater)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핵심 전략자산인 B-52를 극동과 유럽 양쪽에 동시에 전개한 것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북한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하노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괌에서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는 것은 “너무 비싸다”며 당분간 그런 훈련을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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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견제라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B-52의 비행경로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도자료에 B-52 폭격기들이 18일(한국시각 19일)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해 북쪽으로 날아 (러시아 영토인) 캄차카반도 영역을 비행한 뒤 기지로 돌아왔다”고 적었다. 한반도에 접근하지 않고 일본열도를 서쪽으로 바라보며 러시아 영토에 접근한 것이다. 미국은 이달 4일과 13일에도 괌에서 B-52를 띄웠지만, 당시 표적은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하는 중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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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쪽 비행경로는 더 눈길을 끈다. 미국 공군 전문지 <에어포스 타임스>는 18일 “영국 남부 페어퍼드에서 이륙한 B-52 4대가 노르웨이해, 발트해, 에스토니아, 지중해, 그리스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B-52는 그리스 상공에서 공중급유기인 KC-135를 통해 급유를 받았고, 에스토니아에선 항공기에 최종적 공격 명령을 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미군은 비행이 이뤄진 시점을 18일이라고 했지만, 발트해에는 이틀 전에도 이 폭격기가 출몰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미국의 B-52가 15일 러시아 영토를 따라 발트해의 공해 지역을 비행했다. 러시아 영토에 150㎞ 안쪽으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발트해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경계감을 보였다.

미-러 관계는 냉전 해체 이후 최악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미국은 지난달 2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 위반 사항을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않았다며 “6개월 뒤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초음속 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사정거리가 1만㎞나 되는 장거리 어뢰 ‘포세이돈’ 등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미-소는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통해 사거리 500~5500㎞인 지상 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서유럽은 소련의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났고, 이러한 화해 분위기 속에 냉전이 해체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조약 파기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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