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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봄꽃이 상경했다” 꽃밭 거니는 마음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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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태동 작가가 추천하는 서울의 봄꽃 명소

3월 마지막 남은 한 주가 지나면

세상은 온통 꽃 천지

무리 지어 핀 꽃밭 거니는

마음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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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3월 한 주를 지나 4월로 들어서면 세상은 온통 ‘꽃 천지’다. 꽃 피지 않은 곳 없으니 꽃구경 생각에 마음이 먼저 분주하다. 무슨 꽃을 어디에 가서 봐야 할까? 한두 송이 꽃도 아름답지만, 무리 지어 피어난 꽃밭을 거니는 마음은 황홀하다. 꽃을 보는 그 마음은 숨길 수 없었는지, 꽃 앞에 선 사람들 얼굴도 꽃처럼 화사하다.

마지막 남은 3월, 매화·개나리·산수유 꽃구경 가는 길

성동구 신답역에서 용답역 사이 청계천 둔치길 1㎞ 구간은 매화꽃길이다. 만개가 지났다는 소식이 들렸으니 발길을 서둘러야 낙화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겠다. 제2마장교 아래부터 매화꽃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에 있는 매화나무는 경남 하동군에서 기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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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빛나는 매화꽃에 맑은 햇살이 비치면 꽃잎의 윤곽선이 햇살 속으로 증발하는 것 같다. 고혹할 만한 향기는 그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스민다. 흰 매화꽃 사이에서 붉은 꽃을 피운 홍매화가 도드라진다. 홍매화 붉은 잎들이 나무 아래 풀밭에 떨어져 점묘법으로 추상화를 그려냈다. 전남 담양군에서 기증한 대나무도 그 길에서 푸릇하다. 연둣빛 댓잎 배경에 홍매화 붉은 점이 어울려 눈이 아른거린다.

서대문구 독립문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가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아파트단지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인왕사 이정표가 보인다. 인왕사 일주문 전에 인왕산공원 무악지구(무악공원)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보고 이정표를 따라 무악공원 쪽으로 향한다. 개나리꽃과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했다. 굵직한 절벽의 선과 육중한 바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왕산 바위 절벽 산 비탈면과 산수유꽃·개나리꽃 군락을 한눈에 바라본다.

벚꽃 피는 4월이면 산수유, 개나리 노란 꽃물결 사이에 벚꽃 흰빛이 섞여 파스텔 색조로 빛나는 인왕산의 봄이 완성된다. 벚꽃 필 즈음 복사꽃도 피기 시작한다. 그때라면 무악공원 산수유전망대에서 선바위를 지나 국사당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선바위에서 국사당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오른쪽, 복숭아나무 한 그루를 살펴볼 일이다. 연분홍 복사꽃은 피어도 져도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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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피는 3월 말 4월 초라면 성동구 응봉산을 찾아가야 한다. 산 전체가 노란 개나리꽃으로 뒤덮인다. 용비교 동쪽 끝에서 응봉산을 바라본다. 중랑천에 비친 산 그림자도 노랗게 물들었다. 용비교를 건너다보면 길 오른쪽에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바라보았던 개나리 산천으로 들어가 노란 꽃 무리에 묻혀 걷는다.

4월, 조팝나무꽃과 이팝나무꽃

4월 세상은 온통 꽃 천지다. 꽃 피지 않은 곳이 없으니, 꽃구경 생각에 마음이 먼저 꽃밭에 가 있다. 해마다 4월이면 피어나는 벚꽃, 해마다 봐도 또 보고 싶은 게 벚꽃이다. 벚꽃 그늘로 걷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진다.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면 조팝나무꽃길과 이팝나무꽃길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강서습지생태공원에 조팝나무꽃 군락지가 있다. 강서07 마을버스 종점에 내려서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찾아간다. 강서습지생태공원 초입 자전거길 부근부터 조팝나무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리 지어 피어난 조팝나무꽃길을 걷다보면 달콤한 꽃향기가 난다. 봄꽃 중 이보다 달콤한 향기는 없을 것 같다. 꽃 속에 묻힌 벌과 나비를 따라 작은 꽃잎에 코를 대고 그 향기를 맡는다. 작은 꽃이 총총 매달린 가지가 늘어졌다. 그 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민들레꽃이 땅에 엎드려 피어 있었다. 조팝나무꽃은 강서습지생태공원 곳곳에서 수양버들 신록과 어울려 군락을 이루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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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꽃을 보려면 종로구 청계광장으로 가면 된다. 청계광장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서 있는 가로수가 이팝나무다. 나무가 크지 않아 풍성하게 피어난 이팝나무꽃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낙산공원이다. 낙산공원 한쪽에 커다란 이팝나무 여러 그루가 있는 길이 있다. 커다란 이팝나무가 피워낸 풍성한 꽃을 보면 이팝나무꽃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봄꽃은 화사하고 매혹적이지만 이팝나무꽃은 수더분하면서 풍요롭다.

5월, 붓꽃과 장미

구로구 푸른수목원의 봄은 수수하다. 꽃이 핀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나보다. 애써 꾸미지 않은 자연에서 피어난 꽃이 맑다. 항동 저수지 주변에도, 풀꽃 자란 산책길에도 꽃들은 그렇게 피었다.

조팝나무꽃, 푸밀라붓꽃, 영산홍, 할미꽃, 이름을 알 수 있는 꽃들 앞에서 한번씩 멈춘다. 이름 모를 꽃을 만나면 쪼그려 앉아 인터넷 검색으로 꽃 이름을 알아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꽃은 피었는데, 모르고 지나가는 꽃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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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에 있는 서울창포원의 ‘꽃 잔치’는 5월이 절정이다. 붓꽃과 할미꽃이 볼만하다. 창포원 안내자료에 따르면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범부채 등 130여 종의 붓꽃이 피어난다.

꽃구경하기 전에 서울창포원 건물 2층 북카페에서 차 한잔 마신다. 2층에서 붓꽃이 피어난 너른 마당을 바라본다. 꽃밭으로 내려가 꽃길을 걷는다. 작은 연못가에도 붓꽃은 피었다. 보랏빛 꽃잎이 나비 같다. 무리 지어 피어난 붓꽃의 보랏빛과 풀밭의 푸른색이 어울려 꽃도 풀도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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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을 닮은 할미꽃 군락도 있다. 햇빛 받은 할미꽃이 가닥가닥 하얗게 빛난다. 몸을 낮춰 풀밭에 모여 핀 할미꽃 군락을 바라본다. 할미꽃 뒤 보랏빛 붓꽃이 배경이 된다.

중랑구는 중랑천 장미꽃길에서 5월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장미축제 메인 행사를 연다. 메인 행사 전후에 ‘리틀로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축제는 그렇게 17일 동안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여러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 꽃구경에 사람 구경까지 할 정도다. 축제 기간을 피해서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며 꽃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중랑천 장미거리는 중랑천 제방 묵동교에서 장평교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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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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