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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SC] 아이야, 이번 봄엔 나무 놀이터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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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나무

나무가 놀이가 되는 공간들 여럿

실내 나무 놀이터와 목공방 있는 ‘목예원’

숲 전체가 놀이터인 ‘유아체험숲’

나무 오르기로 자신감과 성취감 충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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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메마른 도시에서 나무들이 비죽 새잎을 낸다. 아이들은 나무 사이에서 자란다. 나뭇가지를 모으고, 나무 블록을 쌓고, 나무를 타고 논다. 나무로 노는 놀이터가 도심 곳곳에 적지 않다. 아이에게 봄을 선물하기 좋은 나무 놀이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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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 아이도 아장아장 잘 놀아요

걸음마를 갓 뗀 아이는 나무 놀이터가 정말 신기하다. 기어서 나무로 된 자동차를 만지다가 돌아서 나무 공이 가득 담긴 볼 풀(공을 담아 놀 수 있게 만든 놀이 기구)을 향해 아장아장 걷는다. 지난 13일 다양한 나무 놀이가 한 데 모여 있는 서울 노원구 화랑로 ‘목예원’으로 갔다. 목예원은 노원구에서 운영하는 목재 자원 재활용 단지다. 학기 중이면 주변 초등학교에서 견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원구 곳곳에 있는 산에서 나온 나무와 낙엽을 이곳에서 재활용한다. 낙엽은 퇴비로, 잘린 나무는 ‘목재 펠릿’(오염되지 않은 목재를 압축 성형한 원통 모양의 연료)이나 공원 벤치 등으로 거듭난다. 이곳의 나무 놀이는 견학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놀잇감들이지만, 자연 친화적인 게 좋다. 키즈카페에 가면 산만하고 정신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나무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아이들도 더 차분하게 논다.” 이날 목예원 안의 나무 놀이터 ‘나무상상놀이터’를 찾은 이선재(35)씨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는 노원구 주민이 아니다. 나무 놀이터가 있다는 정보를 얻어 공동 육아 모임 ‘여우지’(여기 우리 지금)의 구성원들과 함께 경기도 구리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둘째는 아직 구강기여서 뭐든 입에 넣곤 하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행동을 하지만 덜 걱정스럽다”고 이씨는 말했다. 나무상상놀이터는 81㎡의 실내 공간에 꾸며져 있다. 놀잇감은 전부 나무가 소재다. 나무상상놀이터의 신혜경 담당자는 “3~5살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논다. 게다가 이곳에 비치된 놀이 기구는 대부분 고가의 고급 제품들인데, 4000원(노원구민·다둥이 가족 50% 할인)을 내면 부담 없이 놀 수 있어 보호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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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목예원 안 ‘목공예 체험장’을 가볼 만하다. 재료비와 체험비를 내면 연필꽂이와 시계, 나무 쟁반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보호자와 함께 나무에 못을 박고, 사포질을 해볼 수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들도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는 교육과 안전을 위해 목공 지도사도 상주하고 있다. 김광국 목공 지도사는 “목공예 체험은 어린이 인성에 제일 좋은 체험 같다. 목공예는 무조건 천천히, 조심히 해야 한다. 못을 서둘러 박다가는 손을 다친다. 이렇게 몸으로 느끼게 된다. 위험한 것도 안 해보면 영원히 못 하게 될 텐데, 직접 망치질도 하면서 조심성을 기를 수 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해 자부심을 느끼고 가는 어린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나무야, 나 좀 업어줄래?

나무와 숲은 ‘관찰 대상’에 그치는 때가 많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하려면 나무는 그저 많이 심고, 가꿔야 했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 어린이와 나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무를 탄다’가 아니라 ‘나무에 업힌다’고 보면 된다. 평소에 나무를 잘 보호하고, 아끼고 나무에 잠깐 업혔다가 내려오는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다양한 나무 놀이를 선보이고 있는 힐링플레이의 이응상 이사는 말했다. 나무에 업힌다? ‘트리 클라이밍’(나무 오르기) 이야기다. 트리 클라이밍은 공원이나 산의 나무를 관리하는 ‘수목 관리사’(아보리스트)의 활동에서 유래한다. 유럽을 비롯한 국외에서는 활발한 야외 활동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다. 이응상 이사는 트리 클라이밍 대중화가 더딘 이유로 “우리 국내 정서에서는 ‘나무를 괴롭힌다’고 보는 인식이 아직 많다”는 걸 꼽으며 “지난해 네덜란드에 가서 보니, 집 앞 공원 어디서나 트리 클라이밍을 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트리 클라이밍을 정규 수업에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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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오를 뿐만 아니라, 키 작은 나무 사이에 다리를 놓고, 좀 더 큰 나무에는 줄을 설치해 집라인(나무 또는 지주대 사이로 튼튼한 줄을 설치하고 탑승자와 연결된 도르래를 줄에 걸어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도 탄다. 나무와 함께 노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튼튼한 줄 몇 개와 나무만 있으면 금세 숲 속 나무 놀이터가 생긴다. “어린이들이 겨우 학교 구석의 네모난 놀이터에서 노는데, 줄과 나무만 있으면 학교 어디나 나무 그늘이 우거진 놀이터가 된다. 어린이들은 줄과 나무 사이에서 노는데 금방 친숙해진다”고 이 이사는 말했다.

나무 오르기를 할 때 ‘안전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이 활동을 할 때 참가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단단한 줄과 걸쇠를 이용해 나무에 오른다. 몸은 이미 나무에 매달려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오르다 발이나 팔을 헛디뎌도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이사는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5명당 1명의 안전 관리자를 배치한다. 10m까지 오르기도 하는데,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즐거워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올라가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끝까지 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나무 오르기 활동의 가장 큰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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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플레이는 10명 이상 단체가 참가 신청을 하면 신청 단체가 있는 곳의 가까운 숲으로 가 트리 클라이밍을 포함한 ‘트리 플레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인당 비용은 3만~7만원가량이다. 이응상 이사는 “나무 오르기를 비롯해 집라인과 나무 다리 등을 설치해 나무 놀이터를 만든다”고 말했다.

나뭇가지는 최고의 장난감

짙었던 미세먼지가 잦아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한쪽에서 “할 수 있어!” “잘한다!” 하는 응원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개나리가 작은 잎을 겨우 밀어 올리고 있는 초봄의 숲에서 5살 어린이들이 경사면 줄타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삼청공원 안에 조성된 ‘유아 숲 체험장’을 찾은 봄샘유치원의 원생들이었다. 22명의 원생과 이희선 원장을 비롯한 보육 교사들이 삼청공원에서 개나리보다 앞서 웃음꽃을 피웠다.

“원장 선생님, 이거 보세요. 나무에 이런 게 달렸어요.” 한 원생이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를 들어 보물을 찾은 듯 자랑스럽게 뽐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숲 체험을 온다.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자연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생명의 기운을 굉장히 잘 찾는다. 개울에는 벌써 개구리 알이 있어 아이들과 관찰하고 올라오는 길이다.” 이희선 원장은 우거진 숲 속의 나무 놀이터 예찬론자다. “원생들이 이곳에 오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오는 길에 ‘봄을 찾아보자’하고 제안했더니 금세 나무껍질의 변화를 찾아내 이야기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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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공원 유아 숲 체험장에서 일하는 김현양 유아 숲 지도사는 “어린이들이 이곳에 오면 창의적인 면을 자주 보여준다. 봄샘유치원 원생들도 지난해 1년 동안 교육을 했는데, 그사이 노는 방법이 달라졌다. 솜털이 난 나뭇잎을 만지고 ‘털옷’을 입었다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발치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는 최고의 놀잇감이다. 그는 이어 “요즘은 놀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이들은 나뭇가지로 작은 세상을 만들고 논다. 그걸 쌓아서 움막도 만들고, 주방도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산림청에 등록된 전국의 유아체험숲은 175곳이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유아체험숲은 52곳에 이른다. 좀 더 따뜻해지면 유아체험숲에서 다채로운 가족 단위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박찬홍 종로구청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4월부터 11월까지 역사 탐방과 숲 나들이, 생태 교실, 숲길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두 무료 서비스이고, 공공예약 서비스로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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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나무 : 집을 짓거나 가구, 그릇 따위를 만들 때 재료로 사용하는 재목. 소프트 우드는 노송나무, 소나무 등의 잎이 가늘고 좁은 침엽수종. 하드 우드는 고무나무, 참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등 잎이 평평하고 넓은 활엽수종의 목재다. 목공들이 쓰는 수공구로 대패, 끌, 톱 등이 있다. 현대 목공은 많은 작업이 전동 공구로 이루어지지만, 자신의 필요에 맞게 길들이고 변형하는 수공구를 함께 쓰는 목공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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