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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잠금 풀어"…의처증 치료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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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열등감 원인…말다툼 대신 병원치료 설득해야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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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인턴기자 = 밤낮으로 전화하는 남자친구에 이끌려 늦은 나이에 결혼한 권모씨(45). 그는 자신의 선택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남편의 의처증 때문이다. 직장에서 조기은퇴한 남편은 권씨가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휴대폰 잠금을 풀라고 요구했다.

남편은 권씨 몰래 자가용 자동차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설치했다가 들킨 적도 있다. 권씨가 직장에서 승승장구할수록 남편의 의처증 증세는 더 심해졌다. 권씨는 어린 자녀가 마음에 걸렸지만 현재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마땅한 치료법을 몰라 남편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굳게 믿는 정신질환은 의처증(남편이 아내를 의심하는 것)과 의부증(아내가 남편을 의심하는 것)으로 나뉜다. 이같은 질투형 망상장애는 만 35~55세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발병률은 약 3%로 파악되고 있다.

21일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질투형 망상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배우자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내재된 열등감 때문이다"며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성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다 노년까지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의처증이 의부증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자녀가 태어난 뒤 배우자로부터 관심을 덜 받게 되거나, 부부동반 모임에서 자신보다 외모나 조건 등이 뛰어난 동성을 목격한 뒤 불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게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을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친밀한 관계인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면서 의처증·의부증이 발병하게 된다.

질투형 망상장애 환자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인간관계가 약해 의심이 많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아도 상담치료에 비협조적이다. 약물치료도 잘 듣지 않고, 치료기간도 1년 이상으로 길다. 전체 환자의 30%는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환자와 억지로 문제를 풀려 하지 말고 병원에 가도록 설득하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다. 이를테면 남편이 늦은 귀가를 문제삼으며 의처증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말대꾸를 하면 환자의 분노만 키운다. 차라리 환자와 다투는 대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최준호 교수는 "질투형 망상장애 환자들은 배우자를 폭행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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