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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변호사ㆍ노무사들이 우르르 국회에 몰려 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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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왼쪽)과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이 20일 오전 국회 본청 고용노동소위 회의장 앞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한변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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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찬희입니다.”

20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열린 본청 621호 문 앞에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회의에 들어가는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회장과 함께 국회를 방문한 대한변협 관계자는 20여명이나 돼 회의실 앞쪽이 북적였다. 이들은 “참고해달라”며 의원들에게 대한변협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에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한쪽에선 박영기 회장 등 한국공인노무사회 관계자 3명이 국회를 찾아 환노위 전문위원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들도 전날엔 고용노동소위 회의장 앞에서 의원에게 인사를 하며 얼굴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이날 고용노동소위 회의장 앞에서 대한변협과 공인노무사회 관계자들이 마주쳤다. 이 회장은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지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박 회장은 “당연히 그래야지요”라고 답했다. 평소 상임위 소위 회의장과 사뭇 다른 장면이 잇따라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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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면담하고 있다. 이찬희 회장은 김학용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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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고소 시 대리 진술은 누구 업무?
대한변협과 공인노무사회가 이날 국회를 찾은 것은 두 단체의 이해관계가 달린 법이 3월 임시국회에서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돼 논의되고 있어서다. 그 법안은 한정애(민주당)ㆍ이정미(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 중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규정한 부분 때문에 두 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골자는 기존에 변호사만 할 수 있었던 업무를 공인노무사에게까지 허용하는 내용이다.

현재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는 ‘노동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행하는 신고ㆍ진술 등을 대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예를 들어 임금 체불 사건이 있을 때 공인노무사는 노동자를 대신해 이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사건에 대해 대신 진술하는 게 가능하다.

개정안은 기존 업무에 노동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에까지 공인노무사가 진술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금 체불 사건이 있다고 할 때, 고용부에 신고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형사 고소ㆍ고발로 이어질 경우에도 공인노무사가 노동자를 대리해 진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인노무사가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넓어지는 것으로 수임할 수 있는 사건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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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비공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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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회 측은 이러한 법 개정이 노동자에게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홍수경 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임금 체불 사건의 경우 고용부 신고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소ㆍ고발로 이어진다. 그런데 고용부 신고에선 공인노무사가 대리하고, 고소ㆍ고발로 이어질 경우엔 변호사가 대신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수임료가 이중으로 든다. 공인노무사가 신고에서부터 고소ㆍ고발까지 한 번에 할 경우 노동자가 쓰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측은 고소ㆍ고발 사건에서 당사자를 대신해 관계 기관에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변호사법이 정한 법률전문가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한다. 비법률가인 공인노무사에게 고소ㆍ고발 사건에서 의견 진술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왕미양 대한변협 사무총장은 “관행적으로 공인노무사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소ㆍ고발 사건에서 진술 대리를 해왔는데, 개정안은 이런 불법을 명문화해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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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측과 공인노무사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환노위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합의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이른 시일 내에 대한변협 측과 공인노무사회 측 3명씩을 의원실로 불러 토론을 해 충분히 의견을 듣고 국회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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