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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설] 주주총회 발목 잡는 ‘3% 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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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도록 제한한 ‘3% 룰’이 주주총회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지난 15일 열린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것을 비롯해 올 들어서만 이미 여러 회사가 ‘3% 룰’의 덫에 걸렸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감사·감사위원을 뽑지 못하는 상장사가 올해 150곳을 넘으리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 폐해를 쉽게 짐작할 만하다.

주총 의결에 참여해야 하는 소액주주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정족수 미달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래되는 결과다. 지배주주 의결권의 인정 범위가 3%로 묶여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요구되지만 단기투자 위주인 입장에서 주총 참여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상장사마다 주총이 임박하면 의결 정족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데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해당 기업으로서는 존망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1962년 상법을 제정하면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원칙이 지금에 와서 심각한 기업규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낡은 규제 방식이기도 하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에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를 만큼 커진데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감시·견제 기능 또한 강화됐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 오너가 갑질을 했다고 해서 여론의 집중 질책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50년이 넘는 해묵은 규정을 고쳐 감사위원 선임시의 의결권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의결 정족수 제한 규정이 아예 없다고도 한다. 멀쩡한 회사가 지금처럼 ‘3% 룰’에 걸려 쩔쩔 맨다면 그 피해는 지배주주에만 그치질 않는다. 소액 투자자들도 덩달아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시대착오적인 ‘3% 룰’을 조속히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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