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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인재로 드러난 포항지진, 지하 난개발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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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시험 연기 사태까지 부른 2017년 11월 포항지진은 인재라는 정부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열로 물을 데워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지열발전소 건설을 위해 지하 약 4㎞까지 관을 뚫어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들을 일으켜 지하 구조가 변형됐고, 에너지가 점점 커져 단층이 활성화하면서 결국 규모 5.4의 강력한 본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1년간 연구를 진행한 정부조사연구단은 다만 주입된 물의 양만으로는 규모 5.4 지진의 직접 원인인 ‘유발’로 볼 수 없어, 간접 영향을 뜻하는 ‘촉발’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울려는 사람을 찰싹 때리면 울음이 터지는데, 바로 그런 상태의 단층이 조사과정에서 발견됐다”는 비유도 사용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지열발전소가 지하에 물을 주입한 지 수일 뒤 주변에서 미소한 지진이 일어나는 일이 수십 차례나 반복됐다. 그런데도 발전소 측은 별다른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계속 대량의 물을 투입해 ‘촉발 지진’의 직접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지진 등 대형 재해에 영향을 미치는 단층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지열발전소를 지은 정부에 있다. 지진 다발 지역인 경주ㆍ포항 인근에 원전이 밀집해 있는데도 제대로 된 지하 단층 지도조차 아직까지 작성하지 않은 안전 불감증은 고질적 병폐라 할 만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수십m 깊이 지하를 개발하는 대형 토목사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토 지하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모든 지하 개발에 앞서 정확한 지질 조사, 지진과 지하수 등 지하의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된 영향 평가라는 3단계 사전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진이 종전에 발견하지 못한 단층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내의 관련 조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재 건설 중인 광주 지열발전소 주변 단층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포항 지열발전소로 인해 뒤틀린 인근 지층의 지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주민 피해 보상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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